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를 둘러싸고 전국적으로 계속되고 있는 끝없는 논쟁과 갈등을 바라보면서 과연 누구를 위한 NEIS인가 라는 의문이 들었다.
전자정부 구현을 위한 11대 추진과제중 하나인 NEIS는 교사들만의 전유물도 아니고 학부모들의 편의를 위한 서비스에 그치는 것은 물론 아니며 단순히 정부 행정 그 자체만을 위한 디지털 도구도 아님에는 틀림없다.
따라서 전교조와 인권위원회가 NEIS의 27개 영역 가운데 교무ㆍ학사, 진ㆍ입학, 보건 등 3개 영역의 인권침해 소지를 거론하고 그 과정에서 정부측이 갖가지 보완책을 마련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하지만 논의가 진행되면 될수록 NEIS를 둘러싼 논쟁은 당파적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전면시행이냐 전면거부냐의 2분법적 사고로 치닫고 있는 게 사실이다. 논의의 진행이 흑백논리로 진전된 데는 우선 교육부가 조정갈등 기능을 상실하고 우왕좌왕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이해 당사자들이 지나치게 정치적 힘겨루기에 치중한 탓도 크다.
우선 정부는 NEIS의 시행 여부를 놓고 관련 당사자 가운데 일부를 상대할 때마다 생각과 말을 바꾸는 우를 범했다. 논의과정이 투명하지 못할 때 다른 이해 당사자들의 반발이 일어나는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며 교육부가 폭탄의 안전핀을 제거하지 않고 여기저기로 `폭탄 돌리기`에 급급할 동안 혼란이 가중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지 않겠는가.
교육부가 1일 시행지침을 발표하면서 NEIS의 사용 여부를 일선학교에 맡긴 것도 굳이 따지자면 정부의 확고한 방침을 고대하던 일선 교사들에게 판단을 떠넘겼다는 점에서 소신 없는 처사의 연속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교육부 주장대로 일선학교에서 혼란이 일어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왜 처음부터 교직원 단체가 아니라 현장의 교사들과 학생ㆍ학부모들에게서 폭 넓은 의견을 구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 남는다.
전교조측과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문제의 항목이 들어가고 안 들어가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며 정부가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것 자체가 인권침해라는 주장을 펴면서 다시 연가투쟁 강행 등 전면투쟁을 선언하고 나섰다. 더욱이 전교조는 교육부가 개인정보를 수집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2일 윤덕홍 교육부충리를 형사 고발하는 사태에까지 이르렀다.
하지만 문제의 3개 영역 358개 세부항목 가운데 66%인 236개 항목을 삭제한 NEIS의 실시를 두고 인권침해를 논의하는 것은 지나친 감이 없지 않다. 왜냐하면 콘텐츠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네트워크나 웹 자체를 거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불량 메일이나 사이트가 범람한다는 이유로 휴대폰이나 인터넷을 하지 말자는 주장을 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물론 최근 각국 정부의 행정전산화 등을 놓고 네티즌들의 거부감이 확산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또 국내에서도 각종 포탈이나 사이트의 정보유출과 해킹이 엄청난 사회문제로 확산되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하지만 개인정보의 집적 자체가 위험을 야기할 수 있다며 NEIS에서 학교단위의 CS(학교종합정보관리시스템)로 돌아가자는 것은 도둑이 담을 넘어 들어온다고 해서 담장을 없애는 것이 낫다는 주장과 흡사하다.
특히 전교조가 NEIS의 실시 여부와 관련, 그 자체보다는 향후 교육자치나 교장직선제 같은 장기적 목표의 전초전으로 힘기르기에 나선 것이라면 교육의 수혜자인 학생이나 학부모들을 무시한 앞뒤가 바뀐 처사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이제 NEIS를 둘러싼 사회적 논의는 중단하는 것이 옳다. 실제로 대부분의 일선교사나 학생들은 NEIS의 시행에 대해 별다른 반감을 갖고 있지않은 것으로 보인다. NEIS는 단지 교육전산일 뿐이다. 지금까지 NEIS의 콘텐츠를 수없이 수정해 왔듯 앞으로도 언제나 수정하고 보완해 나가는 지혜를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인모(성장기업부장) ia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