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완(50)씨가 양도성예금증서(CD) 150억원 어치를 돈세탁하는 과정에서 부하 직원이 일부를 개인 채무 변제에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김씨는 돈세탁을 한 이후 시점에 주식과 부동산에 거액을 집중 투자한 것으로 밝혀져 자금 출처와 성격에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150억원중 일부가 돈세탁 과정에서 자신의 계좌에 입금된 사실이 드러나 특검팀 조사를 받았던 A씨는 3일 본보 기자와 만나 “2000년 5월9일 김씨의 부하 직원 임모(46)씨가 내 계좌로 1억8,000만원을 입금했는데 그 돈은 내가 임씨에게 빌려 준 3억5,000만원 가운데 일부를 변제받은 것”이라고 밝혔다.
A씨는 “내가 받은 돈이 박 전 실장이 받은 150억원 가운데 일부였는지는 몰라도 내가 받은 돈은 임씨에게 빌려준 돈을 돌려받은 것이기 때문에 특검 조사에서도 그렇게 진술했다”고 말했다.
임씨는 김씨의 지시로 박 전 실장이 현대측으로부터 받은 150억원을 돈세탁하는데 관여했으며, 특검 조사가 시작되자 미국으로 도피했다.
특검조사결과 현대 비자금 150억원 가운데 김씨가 직접 돈세탁을 한 것으로 드러난 10억원 외에 140억원은 김씨, 임씨와 장모(58)씨 등을 통해 돈세탁이 됐으며 이 가운데 차명계좌 2곳에 100억원이 입금된 사실은 확인됐지만 나머지 40억원의 흐름은 파악되지 않았었다. 이 때문에 40억원 가운데 일부를 누군가가 중간에서 착복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었다.
한편 김씨는 박 전 실장으로부터 150억원을 건네받은 뒤인 2000년 4월 이후 주식과 벤처 투자에 100억원대의 거액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당시 벤처회사에만 70여억원이 넘는 돈을 투자했지만 자금출처와 규모 등은 비밀에 부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김씨는 벤처회사에만 70여억원이 넘는 돈을 투자한 것으로 안다”며 “그러나 김씨는 오히려 손해를 봤으며 2001년 이후 벤처 쪽에는 거의 투자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씨는 또 강도 피해를 입은 지 2개월여 밖에 안된 지난해 6월14일 부동산개발업체 U사를 동원, 강남구 역삼동 S빌딩과 청담동 C빌딩을 2,500만 달러(약 307억)에 매입했다.
U사는 외국계 투자업체 B사에 대금을 일시불로 지불했다. U사는 김씨의 부인 장모(49)씨와 장인(73)이 이사로 재직했으며, 2000년 6월부터 S빌딩에 법인사무실을 두고 있다.
B사는 조세피난처인 브리티시 버진 아일랜드에 주소지를 뒀으며, 거래를 마친 10일 뒤 국내영업소를 폐쇄했고 같은 해 9월 청산절차를 밟았다.
특히 B사 한국지점의 등기부상 대표는 김영완씨 측근 인사와 생년월일이 일치해 김씨가 주변 인사를 동원, 돈세탁을 목적으로 부동산을 매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김명수기자, 신재연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