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日 유출 조선회화 '500년만의 귀향'

학고재갤러리, 10일부터 문화재급 30여점 국내 최초 공개

17세기 작품으로 추정되는 작가 미상의 '누각산수도(樓閣山水圖). 거문고를 타는 모습 을 그린 그림이라 '탄금도(彈琴圖)'로도 불린다.

일본인들은 감상했으나 우리는 볼 수도 없었던 문화재급 조선회화 30여 점이 처음 공개된다. 소격동 학고재갤러리가 일본에서 돌아온 조선 그림을 주제로 '500년 만의 귀향'전을 기획해 10일 막을 올린다. 우찬규 학고재 대표가 지난 10여년 간 일본으로 유출된 조선 서화를 사들인 '개인 환수노력'의 결과물들이다. 17세기 '누각산수도'는 산수와 어우러진 누각의 정교한 표현에서 당시 건축양식과 원근법의 발달을 보여준다. 낙관은 없지만 문인화가 양송당 김시(1524~1593)의 작품으로 추정되는 보물급 작품이다. 작자미상의 '송파휴금도' 역시 조선회화의 수작으로 꼽힌다. 이들은 지난해 일본 내 미술관들이 기획해 5개월간 순회전으로 열린 '조선왕조의 회화와 일본'전에 선보였던 작품이다. 국내 전시는 처음이다. 달천 윤선각(1543~1611)의 작품으로 추정되는 '풍림정거도'는 '천보 계년' 즉 1833년에 족자를 만들었다는 이력이 적혀있어 180년 만의 '귀환'인 셈이다. 김유근의 '소림단학도', 이인문의 가을 풍경 '어촌추색도'와 겨울풍경 '심매도' 등을 비롯해 작자 미상의 그림까지도 한국적 정취가 짙은 귀한 작품들이다. 옛 일본에는 조선 그림에 열광하는 '한류(韓流)'가 드높았다. 17~18세기 12번에 걸친 조선통신사의 방문은 근세 일본인들에게 문화적 충격이었다. 일본인들은 그림을 구하기 위해 조선 통신사들 숙소 앞에 줄을 섰고, 조선 문인이 써준 찬문(撰文)은 명작 보증의 추천서였을 정도로 조선 회화는 '원조 한류'였다. 당시 화가 다와라야 소타츠(俵屋宗達), 이케노 다이가(池大雅) 등은 조선회화의 영향을 자신들의 것으로 수용해 일본 미술의 거장으로 이름을 남겼다. 임진왜란과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상당수 우리 문화 유산이 일본으로 유출된 것은 이 같은 조선 문화에 대한 열망에서 비롯했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에 따르면 국외 유출 한국문화재가 10만7,857점에 달하며 그 중 60%인 6만1,000여점이 일본에 있다. 조선 전기 회화의 경우 오히려 반출작품 보다 국내 보존작의 수가 더 적은 실정이다. 일본인들이 특히 좋아했던 작품은 중국 고사(故事)와 관련된 산수화. 이상적인 인간상을 주제로 한 그림이 유교 지식층의 미의식을 자극한 결과이며 한ㆍ중ㆍ일 문화교류를 엿볼 수 있다. 또 민속적 성향의 호랑이, 말그림을 중심으로 한 동물 그림이 사랑 받았다. 전시를 기획한 이태호 명지대교수는 "조선 전기 회화사의 귀중한 작품을 되찾은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평가했다. 전시는 10일부터 4월25일까지다. 관람 무료. (02)720-15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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