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게임서 만나 결혼한 커플 이혼도 는다

아내와 수개월간 별거중이던 김강현(26ㆍ가명)씨는 최근 아내 최명자(25ㆍ가명)씨가 들이민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어줬다. 지난 2000년 모 온라인게임을 즐기다 만난 최씨와 결혼에 골인한 지 3년 만에 `게임 같았던` 결혼생활에 종지부를 찍은 것. 게임 속에서 만났을 때는 매너좋고 듬직하기만 했던 김씨가 현실생활에서는 게임에만 집착하며 가정은 뒷전이었다는 게 최씨가 이혼을 요구한 이유였다. 김씨는 직업을 구할 생각도 없이 게임 아이템 거래에만 매달렸고, 아이를 친정에 맡기고 회사를 다니며 생계를 꾸리던 최씨는 끝내 이혼을 결심할 수밖에 없었다. 온라인게임 붐이 본격적으로 일던 지난 99년 즈음부터 지금까지 게임에서 만나 실제 결혼에 성공한 커플은 국내에만 200쌍 이상인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그러나 결혼한 지 2~3년이 지나면서 최근 게임과 현실의 괴리를 뼈아프게 체험한 이들 커플이 결국 결별을 선언하는 사례가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한 온라인게임 업체의 관계자는 “최근 게임내 혹은 현실의 지인을 통해 이혼 소식을 전해듣는 경우가 늘어났다”고 전했다. 게임커플들이 이혼에 이르게 되는 이유는 게임 내 사이버 분신끼리 싹튼 사랑이 짧은 기간에 현실의 결혼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주된 분석이다. 실제 상대방의 성격 등이 게임 속 분신과 잘 맞으면 문제가 없지만 상당수의 경우 큰 차이를 보여 결별의 원인이 된다는 것. 이 같은 현상은 온라인게임의 여성 게이머 비율이 평균 20% 정도에 불과, 남성 게이머들이 여성 캐릭터의 환심을 사기 위해 `기사도` 정신을 발휘하며 충성 경쟁을 벌이는 데서 비롯된다. 이들은 팀을 이뤄 몬스터 사냥이나 임무수행 등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서로를 돕고 어려움을 헤쳐나가며 급격히 가까워진다. 보통 `전사`(戰士) 계열인 남성 캐릭터들이 `마법사` `성직자` 계열의 여성 캐릭터를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고 레벨 상승에 도움을 주며 사랑을 꽃피우는 경우가 다반사다. 또 많은 게임업체가 게임 커플을 위해 특수 아이템을 지급하거나 게임 내 결혼식을 주선하는 등 특별 이벤트를 지원하며 `분위기`를 띄워줬던 것도 한 요인이다. 이런 상황에서 막상 실제 결혼에 이르게 되면 현실감 없는 상대의 모습에 실망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분석이다. 자사가 서비스하는 게임 하나에서만 결혼한 커플이 20쌍을 넘겼다는 온라인게임 업체의 관계자는 “게임 커플이 더 이상 얘깃거리도 안 될 만큼 크게 늘고 있지만 결혼은 엄연한 현실인 만큼 서로에 대한 책임감과 성숙된 자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문섭기자 cloone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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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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