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일터 2] CEO들 "튀는 스타일도 마다않죠"
일맛 나는 직장·직원 氣 살리는 일이라면…사내행사에 록밴드 분장·컬러풀 재킷까지매월 호프데이 갖고 "사원들과 거리 좁히자"주택마련·자녀교육비 지원 등 최대한 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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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15일 서울 역삼동 LG전자 디자인센터에서 열린 ‘디자인경영 선포기념식’.
김쌍수 LG전자 부회장이 단상에 오르자마자 행사장에 참석한 임직원들 사이에서 “와~”하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항상 검정색 양복만 고집해 오던 김 부회장이 이날 컬러풀한 재킷에 머리까지 ??게 매만지고 나왔기 때문이다. 김 부회장은 “디자인경영이 젊고 톡톡 튀어야 하듯이 나도 그런 컨셉에 맞췄다”며 파격적인 변신에 대해 설명했다. 임직원들은 이날 김 부회장에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직원들의 감성을 자극하기 위해 평생 고집해 온 자기만의 스타일을 과감히 버린 용기 때문이었다.
최고경영자(CEO)들이 즐겁고 생기나는 일터를 만들기 위해 발벗고 나서고 있다. 일부 CEO들은 근엄하고 딱딱한 이미지를 벗어 던지고 직원들에게 가까이 가기 위해 완전히 망가지는(?) 자세까지 마다하지 않을 정도다. 직원들도 폼만 잡는 CEO 보다는 이왕이면 다정다감한 CEO와 일하고 싶어하는 분위기다.
이들 CEO들은 ‘즐거운 조직문화의 홍보대사’를 자처하며 새로운 기업문화를 널리 확산시키는데 앞장서고 있다. 이들은 고객보다 직원을 중시하고 아껴야만 고객과 주주의 마음을 사로잡고 회사의 발전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때문에 과감한 관행 파괴나 위계질서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도전행위를 즐기고 있다.
◇직원들을 즐겁게 만들어라=조인수 한국피자헛 사장은 올해 2월 창립 기념행사에서 깜짝쇼를 펼쳤다. 수많은 직원들 앞에서 검은색 가죽 옷을 입고 치렁치렁한 가발을 쓴 록 밴드로 분장해 나타난 것. 순간 임직원들은 “꺄악”하는 비명과 함께 우뢰와 같은 박수를 보냈다.
한국피자헛은 자유분방한 사내 분위기로, 제품 개발도 다른 경쟁사에 비해 한발 빨라 시장을 앞서가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두산그룹은 직원들의 건강을 위해 동대문 본사 지하에 20억원을 들여 지난 해 휘트니스센터를 오픈해 업계의 부러움을 샀다. 러닝머신 등 장비와 인테리어도 최고급 호텔 헬스클럽 수준으로 꾸몄다. 이는 글로벌 기업 도약을 위해 직원들의 연봉 뿐만 아니라 건강도 최고 수준으로 관리하겠다는 경영진의 의지 때문이었다.
직원들을 즐겁게 할 수 있다면 CEO가 직접 나서 망가지거나 거액을 들여서라도 좀더 나은 복지를 제공하겠다는 풍경은 이제 더 이상 낯설지 않게 됐다.
◇사소한 스트레스도 없애라=GM대우 경영진은 직원들을 아끼는 마음이 별나다. 여름철에 잘 먹어야 원기를 회복할 수 있다며 닭고기 백숙, 추어탕 등 기력을 보강해 줄 수 있는 특식을 제공하는가 하면, 화장실에도 에어컨을 설치해 직원들이 볼 일을 보는 동안에도 덥지 않도록 세심하게 배려하고 있다.
대한제강은 직원들의 가장 큰 스트레스인 주택 마련과 자녀교육 문제를 해결하는데 남다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위해 모든 직원에 주택을 제공하고 교육비 지원에도 비용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주택마련이나 자녀 교육비용은 회사가 다 알아서 부담할 테니 직원들은 아무런 스트레스 없이 일에만 열중할 수 있도록 경영진이 최대한 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정원 한진해운 사장은 사내에서 ‘신문고’로 통한다. 박 사장은 지난 해부터 매달 1번씩 호프데이를 열고 직원들의 애로사항이나 건의사항 등을 꼼꼼히 메모해 뒀다가 경영에 참고하고 있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950명에 달하는 육상 직원들과 모두 만날 때까지 호프데이를 계속하고 싶다는 게 CEO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직원들과 온몸으로 부딪쳐라=강덕수 STX그룹 회장은 환갑을 앞두고 있지만 생각과 투지는 20대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다. 강 회장은 전 직원의 글로벌화를 표방하며 매년 해외연수 프로그램인 ‘해신 챌린저’를 갖고 있다.
특히 강 회장은 행사 마지막날 해단식에선 어김없이 테이블을 일일이 돌며 신입사원들과 격의없이 술잔을 기울인다. 행사에 참석했던 한 직원은 “다들 회장이라고 하면 무섭고 거리가 먼 사람으로 알고 있는데 인간적인 모습을 느낄 수 있어 너무 좋았다”며 “가족 같은 회사 분위기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STX그룹은 올해부터 급속한 외형 성장에 걸맞는 다양한 제도를 새롭게 운영하며 직원 만족도를 높이는 ‘기(氣)살리기 경영’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김성수기자ㆍ김홍길기자ㆍ민병권기자ㆍ김상용기자 sskim@sed.co.kr
입력시간 : 2006/08/08 13: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