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그린스펀 4연임] 美장기호황 이끈 노익장에 신뢰감

그린스펀은 공화당 당원이다. 그는 지지 정당과 상관없이 공화당의 레이건·부시 행정부에서 민주당의 클린턴 행정부, 오는 11월 대선에서 판가름나는 차기 정권에 이르기까지 중앙은행 수장을 맡는 기록을 세우게 됐다.그린스펀이 여러 정권을 거치며 장수하고, 대선을 앞둔 시점에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 네번째 연임을 하게된 배경은 그로 인해 미국의 장기 호황이 지속됐다는 절대적 신뢰 때문이다. 클린턴은 그린스펀의 연임으로 금융시장을 안심시키고, 장기 호황을 유지함으로써 앨 고어 부통령이 대선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를 바랬다는 분석이다. 공화당 선두주자인 조지 부시 텍사스 주지사는 그린스펀이 금리 인상을 자제해달라는 아버지 부시 전대통령의 요청을 거절한 앙금을 털어내고, 금융시장의 지지를 얻기 위해 그의 연임을 옹호했다. 스티브 포브스등 일부 공화당 후보가 그를 비난했지만, 대세를 뒤집지 못했다. 워싱턴 정가와 뉴욕 금융가에서는 그의 연임이 기정사실로 굳어졌고, 클린턴은 그린스펀의 마지막 결심을 듣는 요식행위만 남겨놓고 있었다. 지난 크리스마스 연휴때 백악관은 그의 연임 의사를 타진, 동의를 얻어냈으며, 컴퓨터 연도 인식(Y2K) 문제가 해결된 새해초에 이를 발표하기로 합의했다. 그의 고령에 대해 일부의 우려도 있으나, 그를 자주 만나는 월가의 뱅커들의 말에 따르면 3년전 NBC 방송 기자인 안드레아 미첼과 재혼한뒤 대단한 「원기」를 보여주고 있다고 전한다. 그린스펀은 금리를 무기로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고, 미국 금융개혁을 단행한 장본인이다. 그의 금리정책 목표는 금융시장의 패닉과 버블을 경계하며 인플레이션이 없는 완만한 경제성장을 유지하는 것이다. 취임직후 발발한 증시대폭락(블랙먼데이), 97~98년 아시아및 러시아 위기에서 미국 금융시장이 패닉에 빠졌을때 그의 팀은 금리를 낮춤과 동시에 월가 은행들의 팔을 비틀어 돈을 풀었다. 그러나 96년이후 증시가 급상승할 때마다 그는 거품론을 제기, 금융시장 참여자들로 하여금 자제를 강요했다. 그는 특유의 애매한 표현으로 금융시장을 움직이는 기술을 가지고 있어, 뉴욕 월가는 그의 입을 쳐다보며 투자의 방향을 정하는 풍조를 만들어냈다. 그는 수치를 좋아하기 때문에 연방정부의 노동통계·생산지수·성장율 등이 나올때마다 주식시장은 그린스펀의 심중을 읽으며 등락을 결정했다. 그린스펀이 연임했다는 소식은 뉴욕 월가에 굿뉴스였지만, 이날 뉴욕증시는 패닉에 가깝게 폭락했다. 그린스펀의 마음을 읽는 애널리스트들이 잇달이 올해 금리가 대폭 인상될 것이라는 전망을 냈기 때문이다. 전날엔 모건스탠리 증권에서, 이날은 워벅 딜론 은행에서 올해 금리를 1%정도 대폭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을 냈다. 그린스펀은 인플레이션에 대해 「투사」로 일관해왔다. 인플레이션이 나타나기 6개월전에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그의 선제적 방어론은 과학적 근거가 없지만, FRB 멤버의 전폭적 지지를 얻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그가 지난해 세차례나 금리를 인상했음에도 불구, 경기 과열이 식지 않고 있기 때문에 올해는 적어도 두번 이상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뉴욕=김인영특파원INKIM@SED.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