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고사위기 직면한 중소택배업체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 요즘 택배업계를 가장 잘 설명하는 말이다. 물론 ‘고래’는 현대ㆍ한진ㆍ대한통운ㆍCJ 등 이른바 ‘빅4’를 말하고 ‘새우’는 중소형 택배사들이다. 홈쇼핑ㆍ인터넷쇼핑몰의 성장세가 이어지면서 대형 택배사들은 매출이 꾸준히 늘고 있지만 중소형 택배사들은 대부분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가뜩이나 브랜드나 배송 인프라에서 열세여서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대형 택배사들이 외형 성장을 위해 경쟁적으로 택배 단가를 크게 낮추면서 수익면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 이대로 가다가는 중소형 택배사들이 줄도산하거나 인수합병되는 등 택배업계가 대형 업체 위주로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러한 전망은 지난해 말 중견 택배사인 이젠택배의 부도로 현실로 나타났다. 이 업체의 부도는 사명 변경을 둘러싼 잡음과 이로 인한 영업소 네트워크의 와해가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지만 택배 단가 하락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가 경영난을 부채질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저단가 경쟁이 계속된다면 중소형 택배사들은 사소한 악재만으로도 한순간에 시장에서 퇴출될 수 있는 상황”이라면서 “메이저 택배사로 합병되는 업체도 조만간 나타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저단가 정책은 수익성 악화와 서비스 질 저하를 불러온다는 점에서 대형 업체들에도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대형 택배사들도 저단가로 인해 영업이익이 감소하는 등 가격 경쟁의 폐해를 경험하고 있다. 그래서 대형 택배사들은 올해 가격이나 물량 경쟁을 지양하고 물류 네트워크를 확대하는 등 배송 서비스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업계 1위’라는 현실적이면서도 상징적인 목표를 이뤄내려는 기업의 속성상 외형 확대에 대한 유혹을 쉽게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 현재 국내 택배시장에서 ‘빅4’의 시장점유율은 60%대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택배 선진국인 일본의 상위 5개사의 경우 95%가 넘는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 중소형 택배사들의 설 자리가 그만큼 줄어들 것이라는 점은 명약관화하다. 택배업이 네트워크와 인프라 싸움이기 때문에 자본력이나 시스템에서 앞선 대형 업체가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틈새시장을 공략해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중소형 택배사들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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