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회사.고객돈 큼만나면 '꿀꺽'

document.write(ad_script); 회사.고객돈 틈만나면 '꿀꺽' 평생직장 실종에 도덕적해이.충성도 와해 상시 구조조정 등으로 평생직장의 개념이 무너지고 '대박'을 좇는 배금주의적 사회분위기가 형성되면서 화이트칼라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주식투자로 돈을 날린 직장인들이 회사 공금이나 고객 예금을 빼내 쓰다가 횡령 및 배임으로 구속되는 사례가 빈번하다. 더욱이 이런 범죄는 일부 특정 보직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최고 경영자부터 중간관리자, 말단 직원에 이르기 까지 직급과 직종을 불문하고 발생하고 있어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 배임ㆍ횡령 크게 늘어 대검찰청이 1일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4분기 전국적으로 횡령 및 배임죄로 구속된 인원은 484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06명)보다 무려 19.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화이트 칼라 범죄, 특히 금융권이나 공기업 등 다른 곳보다 더욱 엄격한 직업윤리가 요구되는 곳에서 대형 사고가 잇달아 터지면서 이들 기관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특히 국민의 혈세인 막대한 공적자금이 투입된 금융권에서 특히 심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10조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한빛은행에서 올 들어 직원들이 횡령한 액수는 무려 140억원이다. 수법도 다양하다. ▦내국신용장 위조 대출 ▦고객이 맡긴 수표 가로채기 ▦컴퓨터 단말기 조작 등 온갖 방법이 사용됐다. 지난 달 30일에는 모 지점 지점장이 439억원의 가짜 지급 보증서를 사채업자 앞으로 발급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도 벌어졌다. 금융권에서는 최근 잇달아 발생한 금융사고들이 은행 내부의 감시체제가 허술한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장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은행원들의 사기저하와 이로 인한 도덕적 해이 및 한탕주의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사, 투자신탁회사의 직원들의 경우도 심각하다. 최근 서울지검에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및 횡령혐의로 구속된 증권, 투신업계 임직원의 숫자만 수십여명에 달한다. 이들은 주로 고객과 짜고 주식 시세를 조정하며 이 대가로 수억에서 수천만원을 챙겼다. 공기업 임직원들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해 대한석탄공사와 한국가스공사 자회사인 한국가스기공의 경리담당자가 주식투자 손실 분을 채워넣기 위해 각각 14억원과 62억8,000만원의 공금을 횡령한 사건이 대표적 사례다. 지난 3월에는 한국자산관리공사의 일부 계약직 직원들이 경매배당금을 횡령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자산관리공사 직원이 부동산 경매대금을 '꿀꺽'한 것은 국민들의 혈세가 투입된 기업구조조정 작업을 집행하는 기관직원이 횡령을 했다는 점에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것이나 다름없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 '도덕 재무장'시급 이 같은 '도덕적해이' 사건에 대해 최근 법원은 중형을 선고하는 추세다. 지난 6일 서울지법의 윤남근 판사는 담당고객이 자신의 예금 등을 담보로 대출 받는 것처럼 서류를 꾸며 3억1,900만원을 가로챈 혐의(사기) 등으로 구속 기소된 H은행 직원 서모(29)씨에 대해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 법원의 강경한 입장을 분명히 했다. 윤판사는 "최근 금융기관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며 "돈을 만지는 은행 직원에게는 고도의 도덕성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현대경제연구원 김주현 부원장도 "지속적인 구조조정 과정에서 평생직장 개념이 무너지고 직장에 대한 로열티(충성)도 급속히 와해되는 추세"라며 "감사 등 공적규제를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직장윤리 회복을 통한 자율규제로 문제를 풀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정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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