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10월 30일] 금융위기 선제대응 필요하다

지난해 7월 BNP은행의 부실이 올해 들어 ‘100년’에 한번 일어날 만한 국제금융시장의 대혼란으로 이어지리라고 예상한 정책당국자와 경제학자는 거의 없다. 경제위기는 반복하지만 언제나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 독감 바이러스처럼 새로운 백신과 처방을 요구하고 있다. 더욱이 이번 경제위기는 이미 발생한 현상보다도 앞으로 닥칠 위기에 대한 정확한 파악이 어렵다는 데 더 큰 두려움이 있다. 이러한 두려움은 주가 폭락과 실물경제의 불황으로 이어져 자기실현적 위기 상황으로 치닫는 패닉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존 메이너드 케인스의 말처럼 세상에 피할 수 없는 현상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예상하지 못했던 사태가 발생하는 것이다.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새로운 시각에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그러나 케인스가 이야기한 것처럼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하기도 어렵지만 더 어려운 것은 과거의 생각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세계화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 오직 글로벌 시장만이 존재하는 오늘날 우리 경제도 태풍권에 들어 있다는 것을 우선 인식해야 한다. 무역의존도가 75.1%(2007)에 이르고 자본시장이 자유화돼 있으며 경제 행위의 쏠림현상이 일반화돼 있는 상황에서 글로벌 경제의 변화는 우리 경제에 언제나 위험요소를 주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위기관리 시스템의 효율적 운영이야말로 국가경제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 경제의 ‘위기발생 가능성 희박’이라든지 ‘위기극복의 자신감’만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이럴 때일수록 경제 위기의 내용을 면밀히 분석해 신속하고 선제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경제가 정상적으로 운영될 때의 금융기관의 행태는 단기적으로 자금을 차입해 이를 중장기적으로 실물경제에 대출함으로써 신용과 유동성을 창출한다. 다시 말해 단기적으로 금융기관은 적은 유동성을 보유하고 있는 반면 실물 경제는 보다 많은 유동성을 갖게 돼 자산이 부채보다 커짐으로써 경제가 원활해지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신용과 유동성 창출은 근본적으로 경제주체와 금융기관 간에, 그리고 금융기관 상호 간의 신뢰에 바탕을 두고 이뤄지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금융위기 상황 하에서는 전체적으로 신뢰가 상실돼 금융기관은 단기적으로 차입하고 이를 단기간에만 대출하는 등 보다 많은 단기적인 유동성을 확보하는 데 주력함으로써 실물경제는 중장기적인 자금을 조달할 수 없게 돼 실물경제가 전반적으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선 단기적인 유동성 공급에 정책의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금융권 간의 상호적인 신뢰가 회복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는 중앙은행은 추가적인 금리 인하와 함께 금융권을 거치지 않고 직접 실물경제에 자금을 공급하는 방안도 적극 고려해야 한다. 정부도 추가적인 재정지출과 보증 규모 확대 등 금융권의 정상적 운영을 지원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 사태의 진전 정도에 따라서는 금융시장의 직접적 개입으로 금융시스템 자체를 조속히 복원시켜야 할 것이다. 정부의 위기상황에 대한 대처는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실시해 금융시스템에 대한 신뢰도를 신속히 회복해야 한다. 정부지원에 따라 야기된 미래의 도덕적 해이도 고려해야 하지만 시스템 자체가 위험한 상황에서는 당장 엎질러진 물을 치워야 하는 대응책 마련이 더 시급하다. 위기는 예측하기 어렵다. 각국의 경험을 보면 기업이든 정부든 나름대로 예측기법을 가지고 있으나 예측에 따른 대비책을 마련한 사례는 드물다. 위기 발생을 왜 미리 인지하지 못했나를 탓하기 전에 그러한 위기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경제주체 모두의 지혜와 노력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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