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올 한해를 되돌아보면 많은 영웅들도 있었고 악역을 맡은 사람들도 있었다. 중앙은행 관계자들도 그 중 하나가 될 것이다.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미국과 유럽의 통화정책 결정자들은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에
잘못 유도되었고, 급속한 경기 침체가 나타나며 발목이 잡혔다. 이 와중에 유럽중앙은행(ECB)은 소극적이고 굼뜬 행보로 비난을 받은 반면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신속하고 단호한 대응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되돌아 보면 FRB는 비난을 받아야 마땅하며 ECB는 칭찬을 받아야 한다.
FRB의 앨런 그린스펀 의장과 이사회 멤버들은 현재의 경기 침체에 마침표를 찍거나 상황을 돌려 놓지 못한 것에 대한 비난을 받지 않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지난 90년대 말 이후 연이은 실책을 범했다.
지난 98년 가을 금융위기 이후 너무 오랫동안 낮은 금리를 유지한 것이 첫번째 실책이다.
99년 초 증시는 실지(失地)를 회복하고 소비지출은 증가했으며, 치솟는 주가로 인해 기업투자는 절정을 맞았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FRB는 99년 2월 경에 금리를 인상했어야 했다.
그러나 FRB는 99년 초 주가 버블을 막기 위해 금리인상을 하지는 않겠다고 밝혔으며, 경제의 이상 조짐에 대한 사인들을 무시했다. 특히 그린스펀 의장은 생산성의 기적(productivity miracle)을 지나치게 과신했다.
이 같은 정책적 실수의 컴비네이션은 99년과 2000년 미국 경제를 지나치게 과열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일단 버블이 형성되면 경제에 대한 통제는 불가능해진다.
빔 두이젠베르그 ECB 총재에게 있어 그린스펀 의장에게 쏟아지는 찬사는 꿈과도 같다.
그는 고집이 세다는 평판을 받고 있으며, ECB 내부의 커뮤니케이션도 원활하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여기에 두이젠베르그는 유럽 각국의 정부로부터 적절한 지원을 받지 못했으며, 특히 그의 후임 문제를 놓고 난무한 추측은 ECB 집행부의 기반조차 흔들리게 했다.
하지만 ECB는 유로화 도입 등 새로운 통화시스템을 설립하는데 따른 기술적 어려움에 적절히 대처해 왔고, 금리를 조정하는 과정에서도 유럽 각국의 이해 관계를 적절히 반영하도록 노력했다. 물론 상황에 대한 대응이 느리다는 지적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두이젠베르그는 그 동안 꾸준히 해왔던 그의 방식대로 ECB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행보를 지속할 것이지만 그린스펀 의장에게 있어 과거의 실수들은 어두운 그림자를 던지고 있다.
그러나 두 사람에 대한 진정한 평가는 안정과 성장 회복을 위해 2002년에 얼마나 기술적으로 세계 경제를 조종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파이낸셜타임스 12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