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냉각 가속 "경착륙 되나" 촉각
각종 지표 급추락 배경·전망
그동안 우려했던 경기급냉이 벌써 가시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기에 충분할 정도로 9월중 산업활동동향의 각종 지표가 나쁘게 나왔다. 직접적인 이유는 내수침체가 더욱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믿었던 수출마저 반도체가격 하락 등의 영향으로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내수시장은 주식시장 침체에다 구조조정 지연 등으로 불안이 확산되면서 소비심리가 급격히 얼어 붙고 있다. 여기에 그동안 우리경제의 성장 견인차 역할을 하던 수출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경기지표가 급락한 것이다.
특히 국내 제조업생산의 26%, 전체 수출의 15%를 차지하고 있는 반도체가 가격하락에 따라 생산이 크게 줄고 있는 등 몸살을 앓고 있다.
우리 경제가 구조조정 지연, 미국경기 침체, 고유가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실물경기까지 급냉함에 따라 앞으로 기업의 경영난 악화 및 기업부실 증가, 이에 따른 금융부실 증가, 구조조정 실패로 총체적인 난국에 처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충격적인 경기지표 급락= 9월중 산업활동동향의 각종 지표가 충격적인 이유는 모든 지표들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99년2윌이후 최악의 상황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생산, 소비, 투자 등 모든 분야에서 지표가 급락했다.
먼저 내수 위축이 심각한 상황이다. 9월중 내수용소비재 출하는 마이너스 8.4%(전년 동월비)를 기록, 98년12월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내구소비재는 23.5% 감소했는데 보조금 폐지의 영향으로 휴대용전화기가 마이너스 53.7%, 승용차가 마이너스 38.4%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주식시장 침체에 따른 자산소득 감소로 인한 소비위축, 구조조정 지연과 금융불안심리 확산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체감경기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건설업 역시 침체국면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 9월중 건설수주가 마이너스 18.4%를 기록한 가운데 특히 민간의 수주액은 수도권의 아파트공급 발주가 끝나면서 마이너스 56.7%를 기록,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수출출하 역시 반도체와 사무회계용 기계의 수출증가율이 둔화됨에 따라 7, 8월의 30%대 증가율을 마감하고 27.2%로 주저 앉았다.
특히 앞으로 미국경제의 위축과 고유가에 따른 세계경제 둔화가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교역조건이 악화되고 있고 우리 산업의 경쟁력도 떨어지고 있어 수출전망도 밝지 않은 상태이다. 미국의 경제성장률(GDP)은 올 2ㆍ4분기 5.6%에서 3ㆍ4분기에는 2.7%로 급락해 세계경제 전망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경기 본격 하강하나= 통계청은 9월중 산업활동동향 지표가 크게 악화된 원인으로 조업일수가 8월에 비해 2일 적고, 지난해 9월의 지표가 높은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앞으로 내수와 수출이 활성화될 전망이 크지 않다는 점을 볼 때 경기는 본격적인 위축국면을 맞이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한진희 연구위원은 "4ㆍ4분기부터 경기가 하강국면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민간 경제연구원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미 국내 경제주체들은 경기가 하강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느끼고 있다.
앞으로의 경기동향을 나타내는 선행종합지수 전년 동월비 역시 올들어 지속적으로 하락, 내년이후의 경기하락을 나타내고 있다.
◇영향 및 전망= 삼성그룹이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하고 나선데서도 알 수 있듯이 기업과 국민의 경기에 대한 심리는 극도로 위축돼 있다. 이미 내수는 지난 4. 5월부터 크게 위축돼 왔고 그나마 그동안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이 우리 경제를 먹여 살렸으나 이제 이마저 흔들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기가 하락하는 자체보다 하락 속도에 더욱 주목하고 있다. 정부는 연착륙을 자신하고 있지만 국내외 상황이 만만치 않다.
내수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수출증가를 기대해야 하는데 미국경제의 상황이나 고유가로 인한 세계경제 위축등 주변환경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여기에 내년 우리 경제는 고유가 등으로 인한 물가상승, 수출위축으로 인한 경상수지 흑자감소 등도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확실한 구조조정 등 내부 개혁과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통해 외풍에 견딜 수 있는 체력을 기르는 일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전용호기자 chamgil@sed.co.kr 입력시간 2000/10/29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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