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재건축정책 합리적으로

새해 들어 주택가격이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부 지역의 하락 폭이 크게 나타나자 지금의 하향세가 대세로 이어져 주택경기가 침체되지 않겠느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거꾸로 생각해보면 지난 2~3년간의 주택가격 상승이 오히려 비정상적인 것이었다. 정상적인 시장상황에 비춰보면 안정세를 찾아가는 지금의 시장상황이 차라리 자연스런 것임을 이해 할 수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시장 안정이 계속 유지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데 있다. 이와 관련해 올해 주시해야 할 변수가 있다. 그동안 집값 급등의 진원지로 여겨졌던 재건축대상 아파트의 매매가격이다. 이들 노후아파트의 매매가격에는 재건축 사업에 대한 기대이익이 반영돼 있다. 따라서 안전진단의 반려나, 관련 규제의 강화로 재건축 사업이 늦추어지거나 아예 무산되면 매매가격도 급락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서울의 주요 재건축 단지에서 이 같은 가격하락현상을 목격할 수 있었다. 안전상의 아무 하자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재건축 사업을 기대해서 형성된 가격은 `거품`이 틀림없다. 하지만 재건축 관련 규제는 어디까지나 도시 및 건축적 규제이지 주택가격을 조절하는 수단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만약 이러한 제도가 주택가격 조절수단으로 사용된다면 주택경기가 침체되는 시점에선 다시 규제를 풀어줘야 하는 이율배반적인 상황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 그동안 재건축 규제는 주택경기 조절의 일환으로 사용되어 왔던 게 사실이다. 그 결과 노후주택정비를 통한 주거환경개선이라는 본래의 목적은 잃어버리게 됐다. 일관성 없는 재건축 정책은 결과적으로 일부 지역의 불균형적인 고밀개발을 유도했고, 주택거래시장에 까지 불안요인으로 작용하곤 했다. 무분별한 재건축이 사회적 자원의 낭비인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이로 인해 모든 재건축 사업을 죄악시 해선 안 된다. 노후주택이 늘어나는 대도시에선 새로운 주택을 찾는 수요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특히 서울은 고질적인 주택난에 시달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재건축은 신규주택을 공급한다는 순기능도 갖고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택지가 고갈된 서울에서 재건축 사업은 주택공급의 주된 수단이 돼 왔음을 부정할 수 없다. 강남구만 해도 신규공급 아파트의 70% 이상이 재건축 사업을 통해 지어지고 있다. 이 같은 순기능을 간과한 채 재건축 사업은 무조건 안 된다는 식의 규제를 가한다면 주택수급불균형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재건축 규제정책은 그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한 주택공급방안과 주택수요분산대책과 함께 종합적으로 수립돼야 한다. 물론 행정수도이전이 본격화되면 점차 서울지역에 대한 과도한 주택수요 집중은 완화될 것이다. 높은 주거비용을 내고도 낮은 주거환경서비스를 받는 도시 중심부에 머무르기 보다는 쾌적한 교외로 이동하려는 주택수요가 늘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결과를 얻기 위해선 상당기간의 시간이 지나야 할 것이다. 주거에 대한 수요패턴에는 관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재건축 정책을 좀더 넓은 안목에서 운용할 필요가 있다. 무분별한 초기 재건축사업은 걸러낸다고 하더라도 이미 사업이 확정됐거나 사업승인이 임박한 아파트의 재건축은 원활히 진행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재건축 규제로 인한 일시적인 주택공급난을 예방할 수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서울의 5개 저밀도지구다. 이들 저밀도 지구에 지어진 아파트만 해도 5만 가구에 이른다. 이들 지구에선 벌써 10년째 재건축 사업을 추진해 오고 있지만 일부 단지를 제외하면 여전히 재건축 사업승인을 받지 못하고 대기상태에 있다. 이렇게 사업이 지연되는 동안 주민들은 10평형대의 허름한 아파트에서 높은 주거비용을 물며 살고 있다. 무분별한 재건축을 억제해야 한다는 당면과제로 이러한 단지들의 사정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서울에선 앞으로도 주택수요초과로 시장을 불안에 빠뜨릴 요인이 얼마든지 잠재해 있다. 강북 뉴타운 사업이 그렇다. 서울시는 뉴타운 사업추진시기를 앞당겨 빠르면 내년부터 공사를 시작할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해당 지역 주택의 철거 등으로 인해 2만5,000여 가구의 이주수요가 발생하게 된다. 이것만 해도 5개 저밀도지구내 아파트의 절반 수준에 육박하게 된다. 서울지역 주택보급률이 여전히 80~90% 수준 80% 정도 수준에서 머물고 있음을 감안하면 이 같은 대규모 이주수요를 수용할 주택공급원을 찾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이미 사업승인시점에 임박한 재건축아파트에 대해선 빨리 승인을 내줄 필요가 있다. 사업추진이 원활히 진행되면 저밀도지구 재건축 등을 통해 신규주택공급이 이뤄져 주택불안 요인을 누그러뜨리게 된다. 주택정책은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수립해야 한다. 정부는 당장의 주택시장상황에만 연연할 것이 아니라 내년 이후의 주택수급상황을 고려한 종합적인 방안을 세워야 한다. 재건축 규제 역시 무분별한 재건축은 차단하면서 주택수급은 원활히 진행시키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김현아(한국건설산업硏 책임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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