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7월 1일] 윤리는 서약이 아니라 학습

윤은기(서울과학종합대학원 총장)

최근 세계적으로 굴지의 기업들이 도산하는 등 위기가 닥친 데는 필연적 이유가 있다. 미국 자본주의를 이끈 월가 엘리트들에게 ‘전략은 있어도 영혼은 없다’는 비난이 쏠리고 있다. 이는 곧 화살로 돌아와 지금 월스트리트의 성당과 교회에는 넥타이와 양복을 차려 입은 비즈니스맨들이 눈물을 흘리며 기도하고 있다고 한다. 성공 자격으로 신뢰가 최우선
회계부정과 뇌물수수 등 공기업이나 사기업 할 것 없이 한국 사회도 몸살을 앓고 있다. 인터넷ㆍ동영상ㆍ멀티미디어ㆍ프로슈머 등 온라인과 소비자가 주도하는 21세기 투명성의 사회에서 비리와 부정은 더 이상 숨길 수 없으며 거꾸로 경쟁력을 깎는 패인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세태에 대한 반성으로 요즘 주목 받는 것이 윤리경영이다. 차세대 최고경영자(CEO), 경영 엘리트를 키워 사회로 내보내는 경영대학원으로써 책임을 다하겠다는 움직임이다. 최근 미국 하버드 경영대학원생들은 졸업식을 치르면서 자발적으로 ‘MBA 윤리서약’을 선언하고 나섰고 와튼 스쿨과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생들도 윤리규범에 서약하고 윤리위원회 및 클럽 등을 조직하고 있다. 미국의 하버드와 와튼, 프랑스의 인시아드 등 세계적 경영대학들과 함께 국내에서는 카이스트(KAIST)ㆍ경희대ㆍ아주대와 서울과학종합대학원이 사회책임경영교육원칙 서명에 참여했다. 서명한 대학들은 윤리 및 지속가능경영과 사회적 책임 리더십을 교과에 담아야 한다. 국내 일부 대학에서도 사회적 책임 관련 과목을 개설하고 있다. 그러나 주의할 점은 윤리를 별개 과목으로 따로 두는 것뿐만 아니라 모든 다양한 경영 분야에 윤리가 접목돼 녹여져 있어야 하며 반복적인 학습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윤리는 동떨어져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어쩌다 한번 오는 소나기 같은 반짝 도덕교육이나 특별한 날만 기념으로 하는 자선적 행사 등 일회용 윤리에서 벗어나 가랑비에 옷 젖듯 일상 속의 습관으로 스며들어 있어야 한다. 추상적 개념인 윤리를 구체적인 실천으로 끌어낼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방법이다. 독특한 방법으로 윤리를 습관으로 시스템화한 사례로 서울과학종합대학원에서는 윤리를 최우선 교육이념으로 삼고 경영학 전과정에 5분 윤리특강을 실시했다. 이는 웹진에 공개돼 전직원의 평가를 거친 후 발췌, 재미있는 윤리경영 이야기라는 책으로 발간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구성원들의 윤리의식이 자연히 높아지고 생활 속에서 끊임없이 재생산되며 조직 속에서 윤리문화가 성숙해지는 성과를 얻고 있다. ‘재미있는 윤리경영 이야기’는 로버트 콜스 하버드대 교수의 윤리지수(MQㆍMoral intelligence Quotient) 이론을 토대로 한다. 로버트 콜스는 태어날 때는 선악의 구분이 없으며 윤리의식은 후천적인 학습을 통해 습관화된다고 했다. 또한 상급자의 MQ가 하급자의 MQ를 지배하고 MQ는 전염된다고 말했다. 이는 사회와 경제를 이끄는 최고경영자(CEO)와 리더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IQㆍEQ로 평가 받던 시대는 가고 성공의 자격으로 ‘믿을 수 있는 윤리적인 사람인가’ 하는 신뢰의 문제, 즉 ‘MQ’가 최우선시될 것이다. 경제위기 그 자체보다도 더 무서운 것은 위기 이후 갖게 된 커다란 불신이 현재의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게 저해하고 있어 미래의 발전까지 더디 오게 한다는 점이다. 후천적 학습통해 습관화돼야
나쁜 소문이 더 빨리 퍼지는 것처럼 어떤 기업이나 지도자에 대한 불신은 그에 대한 선호보다 막강한 영향력을 끼친다. 요즘처럼 온라인과 정보통신이 발달한 시대에서는 비윤리적 부정행위들이 아주 쉽게 드러나고 순식간에 확산되며 걷잡을 수 없는 파장을 불러온다. 어떤 감시기구보다도 무서운 국민의 눈, 여론의 힘을 통제하기 힘든 시대라 일단 불신이 싹트면 해소하기란 정말 어렵다. 이 신뢰의 문제는 비단 기업뿐만이 아니라 이제껏 사회를 주도해온 모든 기관과 경영진ㆍ리더들의 공통된 숙제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