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돈 수렁에 빠진 한국경제

지금 우리의 사회안전망은 심각한 수준에 와 있다. 노사갈등ㆍ부안사태 등으로 국가 공권력과 사회기강이 흔들린 지 오래다. 초등학생마저 성적비관으로 자살하는 현실에서, 카드빚 때문에 가족이 동반 자살하고 심지어 어린 자식까지 한강에 던진 부모에 대한 보도는 충격적이다. 이처럼 고통받고 있는 서민들의 생활고에 대한 정부와 정치권의 무관심은 비난받아 마땅하다.한편 500억원이 넘는 대선 불법자금에 발목을 잡힌 국회는 민생경제를 여전히 외면하고 있다. 최근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 불법자금 `10분의1` 발언으로 시작된 논쟁은 우리의 정치 수준을 말해준다. 그동안의 정치관행을 타파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정치개혁에 대한 국민의 열망은 어느 때보다 높다. 지금은 정치인ㆍ기업인 모두가 신뢰를 상실해 우리 경제가 크게 멍들고 있다. 기업의 신뢰 추락은 글로벌 경쟁에서 치명적이다. 때문에 불법자금의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도약을 위해 국민의 지혜를 결집하는 것이 시급하다. 미국 등 세계경제의 회복으로 우리 경제는 호기를 맞이하고 있다. 하지만 막대한 불법 정치자금과 472조원에 달하는 개인부채 등이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돈의 왜곡현상이 심각하다. 때문에 세계 12위의 경제대국인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수준의 핵심기술을 전혀 확보하지 못하고 있으며 5년 내에 중국에도 추월당한다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올해 기술수준 평가 보고는 어쩌면 당연하다. 이는 국가경쟁력의 추락과 무관하지 않다. 국내 연구기관들은 새해 국내 경제성장률을 5%대로 전망, 하반기부터 민간소비와 기업설비투자의 본격 회복을 조심스럽게 낙관하고 있다. 하지만 신용불량자의 증가로 인한 소비위축과 국내보다 중국 등으로의 해외투자 가능성이 우려된다. 한국은행은 성장동력ㆍ가계부채 등 경제위협 요인을 극복하지 못하면 향후 10년간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연 3.9~4.1%의 저성장을 보일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최근 8~9%대의 고속성장을 해온 중국경제가 내년 경기과열로 성장이 둔화되면 한국경제 회복에 치명적일 수 있다. 올해 한국의 무역수지 흑자 총액 134억달러 중에서 중국이 81%(108억달러)를 차지했다. 이처럼 국가간 성장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우리 경제는 불법자금의 늪에 빠져 있다. 이를 극복하고 선진경제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첫째, 과감한 정치개혁이 시급하다. 이는 정치인보다 국민의 시각에서 접근해야 성공한다. 현재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선거법 개정에서 290석 내외로 의원정수를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국민정서에 크게 역행한다. 그래서 국회의 역할과 기능ㆍ구조를 국가적 차원에서 재검토해 미국식 양원제를 도입해봄 직하다. 즉 국회의 비례대표는 상원으로, 지역구 의원과 지방자치단체 의원들은 하원으로 하는 것을 검토해볼 수 있다. 여기서 현행 국회의원 정수는 반으로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인터넷 환경하에서는 소선구제를 고집할 이유가 없다. 그만큼 대표성과 생산성을 높이고 국가재정을 절약하는 데도 보탬이 된다. 국회ㆍ정부 등 국가기관의 비대화는 각종 규제로 시장경제의 왜곡을 초래했다. 둘째, 대선 불법자금에 연루된 기업들을 단죄하되 국가경제 여건을 고려해 그에 상응하는 경제사회적 환원을 검토해봄 직하다. 동시에 준조세적인 불법자금에서 탈출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줘야 한다. 기업들은 투명ㆍ윤리경영으로 실추된 신뢰를 회복하고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신성장동력 발굴에 모든 자원과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셋째, 불법자금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관심과 비판기능이 선순환되는 선진사회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여기서 건전한 시민단체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는 국가의 지속발전과 투명사회 정착,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에 필요한 사회 인프라의 핵심이 될 것이다. <서울경제연구소장(經博) 겸 논설위원 hschung@se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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