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터키 무리한 요구에 美 ‘곤혹’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곳곳에서 암초를 만나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터키가 미 지상군 주둔의 대가로 대규모 자금 지원을 요구하고 나서 미국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 미국은 이라크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터키에 4만명의 지상군을 주둔시켜 전쟁 발발과 동시에 이라크를 공격할 계획인데, 터키 정부가 이를 조건으로 무려 300억 달러의 자금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고 미국 언론들이 전했다. 콜린 파월 미 국무부 장관은 19일 압둘라 굴 터키 총리와 협상을 갖고 자금 지원 규모에 관해 논의했으나, 합의에 실패했다. 미국은 전쟁 전개 양상에 따라 40억~150억 달러의 자금을 제공하고, 추가로 70억 달러를 지원한다는 조건을 제시했으나, 터키측은 100억 달러 현금 지원에다 200억 달러의 장기차관등 모두 300억 달러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터키측은 국내의 반전 여론을 들어 자금 지원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지상군 주둔을 허용치 않을 것임을 밝혔다. 터키에 주둔키로 예정됐던 미 육군 4사단 병력과 전차등 차량 9,000 대를 실은 선박이 터키의 지중해 해역에 기다리며 협상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협상이 실패하면 이들 장비와 병력은 쿠웨이트로 향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터키 국경에서의 공격을 포기할 경우 전쟁의 리스크가 높아지게 될 것으로 군사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터키는 지난해 10월 총선을 앞두고 극심한 경제 위기를 겪었고,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160억 달러의 자금 지원이 진행중이다. 그러나 경제가 살아나지 않자 터키 정부는 미국에 막대한 자금 지원과 함께 이라크 북부 키르쿠크 유전의 사용권마저 요구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한국이 외환위기때 IMF로부터 195억 달러의 차관을 지원 받은 것에 비하면 터키는 미국의 전쟁에 편승하면서 엄청난 대가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터키에 대한 군사지원을 합의하고, 조기경보기(AWACS)와 생화학 방호부대의 배치를 승인했다. <뉴욕=김인영특파원 in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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