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송현칼럼] 월가에서 보는 한국

월가(街)에서 한국을 평가할 때는 경제와 정치를 동시에 들여다본다. 일부 분석가들은 한국의 정치적인 면도 경제적인 면 못지않게 중요한 요소로 다루고 있다. 월가 분석가들은 특히 한국의 정치 상황을 관찰할 때 대내외적 변수를 한꺼번에 살핀다. 대외적인 요소로는 북한과 일본과의 관계를 꼽을 수 있다. 그중에서도 한국과 일본, 그리고 북한을 매개 변수로 한 미국과의 냉랭한 관계는 평가에 심각하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게다가 한국과 미일의 대외관계가 냉각됐다는 점은 6자회담 체제에서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도록 설득하는 과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어 문제다. 월가는 또 국내적인 요소로 오는 2007년으로 예정된 한국의 대선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분석가들은 대선 과정에서 정쟁으로 국력을 낭비할 경우 한국의 글로벌 경쟁력이 훼손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또 열린우리당과 청와대의 관계가 악화된 것도 경제 개혁을 늦추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나라당 또한 내부갈등으로 분열 양상을 보여 걱정을 키우고 있다. 한국의 노사관계는 여전히 평가를 부정적으로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비록 예전에 비해 노사관계에 진전이 있을지라도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해외 투자가들은 한국의 불안정한 노사 문제 때문에 한국에 기술과 자금을 투입하는 것을 망설이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정부라도 나서야 하는데 정부가 강경 노조에 밀리지 않고 비정규직 근로자를 확대하는 법안 등을 밀어붙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월가에서는 그것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한국은 다행스럽게도 긍정적인 경제전망을 내놓고 있다. 내수나 수출 모두 상승세에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대부분의 경제 분석가들은 한국이 올해 5%대 경제성장을 이뤄낼 것이라고 얘기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월가는 한국 경제를 희망적으로 보고 있지 않다. 월가에서 한국 경제에 대한 낙관론을 받아들이는 데 주저하는 것은 한국의 재정적자나 통화정책 때문이 아니다. 월가 분석가들은 한국의 국가부채 비중이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적다는 사실을 알고 있고, 한국 정부가 경제를 부흥시킬 여윳돈을 쌓아두고 있다고 보고 있다. 과도한 유동성 문제도 풀기 쉬운 과제로 여기는 분위기이다. 한국은행이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처럼 단계적인 금리인상으로 유동성을 축소한다면 부동산 투기나 세금인상의 필요성도 사라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내수를 놓고 봤을 때 신용카드 버블 붕괴 이후 얼어붙은 소비심리는 점차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다. 신용불량자 급증은 잠재적인 내수침체의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지만 내수는 기지개를 켜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에 비해 기업 경기가 좀처럼 되살아나지 않고 있다는 것은 문제점으로 꼽힌다. 대기업은 수출이 늘면서 성장가도에 들어섰지만 중소기업은 여전히 과도한 부채와 고임금의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원화 강세도 월가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요인이다. 지금 상황에서는 올해 후반 원화는 달러당 950원선에서 움직일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는 미국의 금리인상 행진이 중단될 경우 달러약세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는 예측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 원화 강세 전망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은 거세지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고유가로 인해 인플레이션 우려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플라스틱 장난감부터 의약품까지 유가와 관련이 없는 제품이 거의 없는 실정이어서 유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유가 급등은 또 한국의 성장 잠재력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위험하다. 중국을 비롯한 이머징마켓의 원유 수요가 줄어들지 않는 상황이어서 국제유가는 떨어질 가능성이 낮다. 투기적인 원유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도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에너지 상품이 미 달러화를 기반으로 거래되기 때문에 한국은 원화 강세에 따른 약간의 반사이익을 기대해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미국과 일본ㆍ중국 등 한국의 주요 수출국가들이 경기침체를 겪을 경우 한국의 경제회복에도 커다란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도 월가의 관심거리다. 최근 달러화 약세로 한국의 수출상품이 경쟁력을 잃고 있어 미국 등의 경제 상황을 주목할 수밖에 없다. 많은 중소기업들은 약달러 현상으로 마진이 줄고 수출가격이 상승하는 고통을 겪고 있다. 게다가 수출이 줄어들 가능성마저 있다. 결론을 말하자면 한국의 경제는 성장의 길목에 들어서 있다는 낙관론이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월가 투자가들은 그에 대한 축하 대열에 합류하려 들지 않고 있다. 그들은 한국 경제의 회복세를 명확히 드러내주는 지표들이 쏟아지기를 기다리는 중이다. 따라서 확실한 경제회복 징후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외국인 직접투자(FDI)가 급증하지 않을 것이다. 또 주목해야 할 것은 월가에서 한국을 평가할 때 정치적인 불확실성이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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