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등산객들이 북한산 공룡바위를 오르고 있다. 북한산은 ‘불수사도북’ 종주의 마지막 관문이다. /서울경제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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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산의 가을 정경. 가을은 ‘불수사도북’ 도전에 가장 좋은 계절이다. /서울경제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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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박2일 5山종주
[리빙 앤 조이] 불암산 수락산 사패산 도봉산 북한산…
김면중기자 whynot@sed.co.kr
그래픽=이근길기자
등산객들이 북한산 공룡바위를 오르고 있다. 북한산은 ‘불수사도북’ 종주의 마지막 관문이다. /서울경제 자료사진
북한산의 가을 정경. 가을은 ‘불수사도북’ 도전에 가장 좋은 계절이다. /서울경제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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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에 있는 산은 항상 아내 같다 바라보기만 해도 내 것이다 오르면 오를수록 재미있는 산 더 많이 변화를 감추고 있는 산 가까이에서 더 모르는 산 그래서 아내 같다 거기 언제나 그대로 있으므로 마음이 놓인다.
어떤 날에는 성깔이 보이고 어떤 날에는 너그러워 눈물난다 칼바위 등걸이나 벽이거나 매달린 나를 떠밀다가도 마침내 마침내 포근히 받아들이는 산 서울 거리 어디에서도 바라보기만 하면 가슴이 뛰는 산 내 것이면서 내가 잘 모르는 산 -이성부 시집 ‘야간산행’(1996) 중 ‘삼각산’
서울은 복 받은 도시다.
‘서울 거리 어디에서도 바라보기만 하면 가슴이 뛰는 산’이 수두룩하다. 시인 이성부가 노래한 삼각산을 중심으로 명산들이 포진해있다. 복 받은 서울 시민들은 맘만 먹으면 명산의 품에 안길 수 있다.
서울의 웬만한 산을 정복한 사람들은 새로운 도전에 목말랐다. 항상 더 높은 곳을 꿈꾸던 갈매기 조나단 리빙스턴처럼 좀 더 먼 거리 코스를, 좀 더 힘겨운 코스를 찾아 헤맸다.
마침내 그들이 그럴듯한 장거리 산행코스를 찾아냈다. 그것도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에서.
그 이름은 바로 ‘불수사도북’. 서울 강북에 위치한 불암산, 수락산, 사패산, 도봉산, 북한산(삼각산) 코스다. 산 좀 탄다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돌파하는 코스다. 산악인들에게는 일종의 자격증 같은 코스다.
총 거리는 약 43㎞. 마라톤 코스보다 더 긴 거리를, 그것도 오르막 내리막길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이 코스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산 꽤나 타는 사람이라고 해도 평균 18~20시간 정도가 걸린다. 그래서 ‘불수사도북’ 5산 종주는 무박2일 일정으로 이뤄진다. 보통 저녁쯤 산행을 시작해 그 다음날 오후에 모든 일정을 마무리한다.
5산 종주의 클라이맥스는 밤이다. 평소에는 좀처럼 느껴볼 수 없는 야간산행의 매력을 흠뻑 느낄 수 있다. 고요한 새벽녘 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도시의 야경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선선한 가을이야말로 5산 종주에 도전하기 안성맞춤인 계절이다. 장거리 코스라서 여름에 하기엔 너무 힘들고, 밤에 산행이 이뤄져 겨울에 하기엔 너무 춥다.
당신, 용기와 체력이 있는가? 그렇다면 이 가을, ‘불수사도북’ 5산 종주에 도전해보라. 대자연의 품 속에서 동터오는 아침을 느껴보는 기쁨도 쏠쏠할 것이다.
'불수사도북'이란 서울 강북 지역의 5산 종주 코스를 말한다.
불암산, 수락산, 사패산, 도봉산, 북한산(삼각산)의 앞자를 딴 것이다. 몇 년 전부터 산악인들에게 알려진 수도권 장거리 산행코스가 이제는 산악인들이 반드시 거쳐야 하는 필수 코스로 자리 잡은 것이다.
총 거리 약 42~45㎞.
마라톤 코스보다 더 긴 거리를 무거운 장비를 갖추고 밤 세워 돌파해야 하는 쉽지 않은 코스다.
이 코스가 세간에 알려지면서 산악인들은 두 가지 부류로 나뉘고 있다. 불수사도북을 정복한 자와 그렇지 못한 자들로. 이 정도로 불수사도북은 산악인들의 트렌드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
그런데 왜 하필 '불수사도북'인가. 서울 근교에 산이 한 두개가 아닌데 말이다.
'불수사도북'은 어디 내놓아도 손색 없는 풍광을 자랑한다. 서울을 지키는 진산인 삼각산을 중심으로 한 이 코스는 대부분 바위산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암장인 인수봉을 비롯해 백운대, 염초봉, 노적봉 등이 코스에 포함돼 빼어난 바위능선의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야간산행 코스라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산 정상에 올라 깊은 새벽의 적막 속에서 도시의 야경을 만끽하는 기쁨은 일반 산행에서는 맛볼 수 없는 야간 산행만이 줄 수 있는 매력이다.
불수사도북에 도전하기에 가장 적당한 시기는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가을이다. 주간 산행과 야간 산행을 모두 해야 하기 때문에 너무 춥거나 너무 더운 시기는 피하는 게 좋다. 특히 가을의 '불수사도북'은 단풍이 어우러져 절경을 뽐낸다. 여느 단풍코스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절경을 자랑한다.
게다가 불수사도북 코스는 다양하다. 가는 사람들 마다 가는 길이 조금씩 다르다.
그래도 전통적인 코스는 있다. 가장 일반적인 코스는 지하철 중계역에서 내려 불암산 청록약수터에서 시작하는 코스다. 보통 늦은 저녁이나 이른 밤에 출발한다. 태극기가 있는 불암산 정상에 오르면 서울의 야경이 펼쳐진다. 5산 중 가장 낮은 산이지만, 서울의 야경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이다. 맞붙은 수락산은 물론, 길 건너 사패산, 도봉산, 북한산의 웅장한 실루엣도 볼 수 있다. 이후 수락산, 사패산, 도봉산 자운봉, 삼각산(북한산) 백운대까지의 코스는 거의 비슷하다.
그러나 최종 하산 코스는 크게 두 방향으로 나뉜다. 비봉능선을 타고 불광동 쪽으로 나오는 경우와 의상능선을 타고 북한산 정문 쪽으로 나오는 경우다. 둘 다 거리는 비슷하므로 어떤 코스를 선택해도 무방하다.
불수사도북 코스의 맹점도 있다. 종주(縱走)란 끊임없이 이어지는 산줄기를 타는 것을 의미하는데 불수사도북 코스는 중간에 중랑천이 흐르기 때문에 엄밀한 의미에서는 종주 코스가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또 도봉산 자운봉을 오른 이후, 우이령으로 가야 제대로 된 능선을 탈 수 있는데, 그 곳이 차단돼 우이동의 다른 산줄기를 타야 하는 것도 아쉬운 점이다. 여기에는 남북분단의 역사적 이유가 있다. 과거 북한의 김신조 일파가 이곳을 통해 남파된 이후, 우이령에 군 부대가 주둔해 있어 좋은 능선을 눈앞에 두고도 다른 길로 가야만 한다.
불수사도북 코스는 야간산행이기 때문에 일반 산행을 할 때보다 준비하고 챙겨야 할 것들이 더 많다.
우선 야간산행 길을 밝혀줄 랜턴을 준비해야 한다. 보통 손전등이나 헤드랜턴 중 한가지만 준비하는 경우가 많은데, 처음 5산 종주에 도전하는 경우라면 두 가지 모두 준비하는 것이 좋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자칫 잘못했다간 길을 잃을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야간산행에서 앞 사람을 놓치는 것은 순식간이다. 잠시 고개를 돌리거나 배낭 한번 추스르고 나면 앞 사람 불빛이 온 데 간 데 없이 사라져 버린다. 이런 점 때문에 초보자들은 보름달이 뜨는 날 도전하는 게 좋다.
보온 장비를 철저히 준비하는 것도 잊어선 안된다. 산행을 시작할 즈음에는 그다지 춥지 않고 산행을 하다 보면 더울 것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막상 새벽이 오면 춥다. 반드시 방풍 재킷을 준비해야 한다.
먹을 것도 넉넉히 준비해야 한다. 장장 20시간 동안 험한 산줄기를 타다 보면 금방 허기가 찾아온다. 빵이나 라면 등 비상식량 준비는 물론이고 마실 물도 충분히 준비해야 한다. 잠 못자고 오랜 시간 땀 흘리다 보면 자칫 탈수 증세가 올 수도 있으니 이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비옷도 꼭 준비해야 한다. 기상 예보를 통해 비 오는 날을 피하는 게 중요하지만,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반드시 챙겨야 한다.
종주 전날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것도 중요하다. 야간산행이기 때문에 새벽녘 코스는 잠과의 싸움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불수사도북 코스는 대부분 암산으로 위험한 코스도 있기 때문에 집중력과 페이스 조절을 위해서라도 전날 충분한 수면을 취해야 한다. 비몽사몽을 헤매다 자칫 끔찍한 사고를 당할 수도 있다.
아직 5산 종주 코스에 한번도 도전해보지 않았다면 본격적인 도전에 앞서 약 한달간 각 구간을 미리 답사해보는 것도 좋다. 한 주에 1~2개 산 코스를 답사해보자. 그래야 어두운 야간산행에서 길을 잃지 않는다. 또 한 두 번 정도는 야간에 답사해 야간산행의 감을 미리 익혀두는 게 좋다.
초보자끼리 도전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군대에서 야간 행군 하는 거랑 비슷하겠지'라고 쉽게 생각했다가는 큰 코 다친다. 암산 코스라서 밧줄을 타고 바위를 타야 하는 구간이 많다. 반드시 5산 종주 코스에 여러 번 도전해본 전문가와 동행해야 한다.
신발도 일반 등산화가 아닌 '리지화'를 준비하는 게 좋다. 리지화는 바위에서도 잘 미끄러지지 않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평소에 체력을 다져놓는 것이다. 5산 종주 도중 포기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체력이 달려 그만 둔다. 불수사도북 5산 종주는 그만큼 고도의 체력을 요하는 극한의 산행이다. 하지만 바로 이점 때문에 사람들은 5산 종주에 도전한다.
매년 1~2회씩 불수사도북 종주에 도전하는 한영균(50)씨는 "5산 종주는 결코 쉽지 않아 마치 내 몸에 태풍이 들이닥치는 기분"이라면서도 "태풍이 한 번 닥치면 바다 깊숙이 정화되는 것 처럼 나도 1년에 한 두 번 불수사도북 코스를 돌파하면서 심신이 깨끗하게 정화되는 기분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산 정상에 올라 도심의 야경을 바라보며 인간사를 생각해볼 수 있는 점이 서울 근교 불수사도북 종주만의 매력"이라고도 했다. 하긴, 적막한 산 속에서 도심의 화려한 불빛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왜 저렇게 아옹다옹 사나' 싶어 괜스레 웃음이 나올 법도 하다.
그런데 불수사도북 코스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한가지 문제점이 생겼다. 바로 쓰레기 문제다. 기분 좋게 산행을 하다가도 군데군데 보이는 '비양심의 흔적'을 보면 저절로 미간이 찌푸려진다. 특히 종주의 클라이맥스라 할 수 있는 정상 주변에서는 더 많은 쓰레기들이 눈에 띈다. 분명 산을 사랑해서 산을 찾은 사람들일 텐데, 사랑의 대상에게 쓰레기를 던진다는 게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수도 없이 불수사도복을 종주한 윤왕용씨는 "예전에 비해 불수사도북 종주 코스에 쓰레기가 많아졌다. 산행하는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라 생각하면 씁쓸한 생각이 든다"며 "산에 가져온 쓰레기를 챙겨 가는 것은 산악인이라면 기본적으로 가져야 할, 산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라고 강조했다.
산에 두고 올 것은 바쁜 도시 생활에 찌든 당신의 걱정과 근심 뿐이다. 나머지는 다 가져와야 한다. 그것이 산에서 얻는 기운이든, 쓰레기든 말이다.
입력시간 : 2007/10/17 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