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동전교환 마찰은 韓銀法 '맹점' 탓

은행들이 동전 교환을 기피하자 한국은행의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시중은행과 한은을 싸잡아 성토하는 글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외국의 경우 이런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7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와 미국 등 극히 일부 국가를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중앙은행법 혹은 화폐법에 주화의 법화성(法貨性)을 제한하는 조항을 둬, 일정 물량 이상의 동전에 대해서는 법정통화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일본의 경우 일본은행법 제7조에 `주화는 액면가격의 20배까지를 한도로 법정통화로 통용한다'고 규정, 20개 이상의 동전은 법정통화로 인정하지 않는다. 일본의 이러한 규정은 20개 이상의 동전으로 은행에서 지폐로 교환을 요구하거나 예치하고자 할 때 은행측에서 이를 거부할 수 있고 별도의 취급수수료를 부과할수 있는 근거가 된다. 유로화 사용국가들도 동전에 대해서는 50개까지만 법정통화로 인정한다. 영국도 주조화폐법에 액면이 10펜스를 초과하는 주화는 총 10파운드까지, 액면이 10펜스 이하인 주화는 총 5파운드까지만 법정통화로 규정하고 있다. 예컨대 10펜스짜리 동전은 100개까지만 법정통화인 셈이다. 캐나다는 화폐법에서 1센트짜리 동전은 25개까지, 5센트와 10센트짜리는 100개까지, 1달러짜리는 25개까지만 법화로 인정하고 그 이상은 법정통화가 아닌 것으로규정하고 있다. 호주는 각종 동전에 대해 합계액이 5달러까지인 경우에만 법정통화로 인정하며노르웨이는 누구든지 1회에 각종 주화 25개를 초과해 지급받는 것을 거절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대부분의 국가들이 일정 물량 이상의 동전에 대해서는 법화성을 제한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 국가에서는 은행이 일정물량 이상의 동전 교환에 대해 수수료를 물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의 경우 한국은행법 제48조에 "한국은행이 발행한 한국은행권은 법화로서 모든 거래에 무제한 통용된다"고 규정, 과도한 물량의 동전에 대해 거래상에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은행 창구에서 동전교환 문제로 시비가 일더라도 은행측에서 딱부러지게 대응하기 어렵워 마찰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일정 물량 이상의 동전을 법정통화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법조항을 두고 있는 것은 과도한 물량의 동전이 거래수단으로 남용되는것을 막기 위해 마련된 장치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경우 동전에 대해 법정통화로서의 물량 제한을 두지 않지만, 은행들이 동전 취급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이다. 외국 사정이 이렇다고 한은이 당장 한은법을 고쳐 일정 물량이상의 동전에 대해 법정통화로 인정하지 않는 조치를 시행할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모든 화폐는 물량에 상관없이 무조건 받아줘야 한다는 인식이 국민의 뇌리에 수십년 동안 고착돼 있는 상황에서 `일정 물량 이상의 동전은 못받는다'는 법규를 만들고자 할 때 국민의 정서적 반발이 만만찮을 것이기 때문이다.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