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아이를 뱄다고 속인 여성과 결혼했으나 뒤늦게 친생자가 아니란 사실을 알고 이혼했더라도 그 아이를 위해 쓰인 양육비나 교육비를 청구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남모씨는 1979년 3월 유부녀 여모씨를 만나 친하게 지내며 정을 통했고 1981년말에는 여씨에게서 자신의 아이를 가졌다는 말을 들었다.
그 후 남씨는 출산 후 남편과 이혼한 여씨와 동거를 시작해 1986년 7월 혼인신고를 하면서 딸에 대한 출생신고도 함께 했다.
결혼 후 13년 뒤인 1999년 6월부터 남씨는 여씨와 불화를 겪다 협의이혼 절차에 들어갔고 그 과정에서 친자식이라고 생각했던 딸이 여씨의 전 남편 호적에 등재된사실을 알게 됐다.
딸의 혈육 여부에 의심을 품은 남씨는 1999년 7월 병원에 친자감정을 의뢰해 친딸이 아니란 결과를 통보받았고 2001년 9월 법원에 친생자관계 부존재 확인소송을 내 2002년 6월 승소했다.
남씨는 2003년 8월 "전 남편의 아이를 임신하고도 내 딸인 것처럼 속였다. 정신적 손해와 양육·교육비를 배상하라"며 여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서울고등법원 민사3부(최은수 부장판사)는 1일 "민법이 개정된 후인 1991년 1월부터 배우자 혈족도 인척관계로 바뀌었기 때문에 여씨의 딸도 남씨에게는 인척관계이며 부양할 의무가 있다. 남씨가 손해를 입었다고 볼 수 없다"며 원심과 같이 원고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또 "딸이 친생자가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남씨가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입었기 때문에 여씨는 위자료를 지급해야 하지만 1999년 7월 친생자가 아니라는 것을 안 이후 3년이 이미 지났기 때문에 손해배상 청구권도 소멸됐다"고 덧붙였다.
남씨는 "손해배상 청구권 소멸시효는 친생자관계 부존재 확인소송에 대한 재판부의 선고가 확정된 2002년 6월부터 진행된다"라고 주장했지만 병원의 친자감정이 친생자 판단의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울=연합뉴스) 심규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