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종원 굿모닝증권 기업분석부 연구위원지난해 말 북미 자동차시장을 돌아봤던 손종원 굿모닝증권 기업분석부 연구위원이 탐방기를 본지에 보내왔다. 자동차 전문 애널리스트인 그는 현대차의 북미시장 판매급증의 실질적 원인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현대차가 일본차에 버금가는 세계 일류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았다고 말한다. 손 연구위원의 탐방기를 소개한다.
지난해 말 북미시장 탐방을 계획하던 시점은 올해 자동차산업 전망에 대해 고민하던 시기였다. 특히 자동차 수요의 급격한 감소가 예상되는 올해도 현대차가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 지, 중장기적 가능성이 가장 궁금했다.
그 동안 나름대로 이에 대한 해답을 모색해 왔지만 이번 탐방 결과 자신있는 답을 얻었다고 판단한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현대차의 딜러 만족도 개선노력 ▦현대차의 신모델에 대한 높은 평가 ▦파격적인 보증(warranty) 프로그램 등 마케팅 전략 ▦현지화 전략 등에 대해 확신을 얻었다. 특히 현대차의 북미시장 성공이 일시적이거나 외부적 요인에 의해 이루어진 게 아니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딜러 만족도 획기적 개선= 현지의 한 딜러는 성공 요인으로 '우수한 보증 제도, 좋은 품질, 뛰어난 광고' 등 3대 요소를 꼽았다. 이런 만족도는 공식 조사에서도 검증된다. 북미지역 딜러협회(NADA)에 따르면 현대차 만족도는 지난 98년 22위에서 지난해말 6위까지 뛰어 올랐다.
이는 현대차가 우수한 제품과 함께 딜러의 의견을 적극 수용하는 노력을 보였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차는 판매 급신장에도 불구하고 딜러 수를 제한, 수익성 향상에 도움을 주려고 노력했다. 지난 98년 월 50대 이상 판매하던 딜러 수가 전체의 2%에서 지난해 33%로 뛰어오른 게 대표적인 사례다.
핀바 오닐 '현대모터아메리카(HMA)' 사장이 지난 9월 테러사태 직후 항공기편으로 날아가 한 지역 딜러와의 저녁 약속을 지켰다는 사례는 현지에서도 유명하다. 딜러의 만족도 상승은 판매를 늘리고 이는 다시 만족도를 올리는 선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신모델에 대한 높은 평가= 역시 가장 큰 성공요인은 품질개선 노력이다. 미국의 조사기관인 'JD 파워'에 따르면 소비자 만족도 지수에서 그랜저 XG는 동급 2위, 산타페는 1위를 차지했다. 알리손-피셔사의 브랜드 이미지 조사에서도 긍정적 평가비율이 지난 98년 19%에서 2000년 26%로 상승했고 USA투데이, 워싱턴 포스트, 파임 등 미국 주요 언론으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소비자들의 반응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현지 딜러들도 현대차 신모델들이 획기적인 품질 개선을 이뤘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특히 뉴EF 소나타에 대한 평가는 국내보다 훨씬 더 폭발적이었다. 이미 현대차 미국 연구소가 산타페, 뉴EF 소나타 등 현지 기호에 맞는 신차 개발에 주력해 왔기 때문에 미국, 캐나다의 직원들은 공급 물량만 확보된다면 얼마든지 판매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었다.
현지에서 만난 일본 히다치의 중견급 엔지니어도 현대차의 장점으로 ▦소비자 요구에 대한 빠른 대응력 ▦우수한 기술력 ▦새 아이디어에 대한 열린 사고를 꼽았다.
◇성공적인 현지화 전략= 특히 철저한 현지화 전략은 오늘의 현대차를 가능하게 한 것으로 보였다. 미국내 연구소 운영으로 현지형 모델 개발에 나선 것은 물론 북미 판매법인의 직원들도 모두 현지인들로 채우고 있었다.
2000년 미국법인에 이어 2001년말 캐다다 법인도 장기근속한 현지인이 사장으로 취임한 것도 현지화 전략의 일환이다. 이들 사장들은 한결같이 판매 확대와 수익성 확보에 자신감을 보였으며 일반 직원들의 표정도 매우 밝았다. 특히 그들이 지난 85년 미국 판매법인 설립 이후 지금까지 성공은 물론 온갖 고난까지 함께 하고 있다는 사실은 보이지 않는 자산으로 보였다.
◇조심스러운 '글로벌 톱 5' 기대= 실적 개선이 원화환율 절하나 기아차 인수, 대우 부실에 따른 국내시장 독점 등 외부 요인으로만 이루어졌다면 현대차의 가치는 과거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현대차는 외부환경 요인이 악화되더라도 일본차에 버금가는 세계 일류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현대차가 '글로벌 빅 5'가 되는 것을 뜻한다. 지난해 현대차 그룹의 전세계 생산대수는 연간 270만여대로 세계 9ㆍ10위권이다. 세계 6위 업체도 연간 300만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을 감안하면 '세계 톱 6'가 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톱 5'. 연간 500만대 생산ㆍ판매 체제를 구축해야 하는 데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가능성은 충분한 것으로 판단된다. 세계 최대 시장으로 부상 중인 중국, 북미ㆍ유럽 현지공장이 결실을 맺는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물론 양적인 측면에서 '톱 5'는 큰 의미가 없다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비약적인 경쟁력 향상이 없다면 연간 500만대 생산체제 구축도 불가능하기 때문에 '톱5'는 분명한 의미가 있다고 본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인력ㆍ비용 등의 이점을 최대화하고 ▦기술개발과 판매 등에서 전략적 제휴관계를 강화하며 ▦노사관계의 선진화도 아울러 추진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