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버지니아공대에서 발생한 참극의 용의자로 한국국적의 미국영주권자인 조승희씨가 지목된 가운데 경제부처들은 지난 2일 타결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실물 경제에 직접적 영향은 없을 것으로 예상하며 경제 분야로 불똥이 튀는 것을 막았다. 하지만 한미 FTA 타결을 계기로 미국 투자자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계획했던 홍보성 행사들은 연기 또는 취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경제총괄 부처인 재정경제부는 이번 총기 난사 사건이 개인적인 일로 한미 FTA와 같은 국가간 협상이나 다른 경제 분야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재경부의 한 관계자는 “미국민이 느낄 아픔과 슬픔 등에 애도를 표하는 것 이외에 이번 사건이 경제에 미치는 파장까지 예단하는 것은 너무 앞서가는 것”이라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통상교섭본부의 한 관계자도 “현재까지 미국 측이 FTA 재협상을 요구하지 않았으며 양국 통상문제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며 “실물경제에 직접 영향이 없는데도 걱정을 사서 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미 현지 언론들도 사건 초기에만 조씨를 한국인으로 전했을 뿐 현재는 주로 미국에서 성장한 ‘미국인’으로 보도하고 있어 경제부처 관료들은 이번 사건이 한국민 전체에 대한 반감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조심스럽게 분석하고 있다. 미국 유학을 다녀온 산업자원부의 한 관계자는 “이번 일은 전형적인 미국 내 사회문제가 일탈적으로 폭발한 것”이라며 “이 같은 사건이 경제문제에 영향을 주는 일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제부처들은 한미 FTA 타결을 계기로 미국 소비자들을 향해 계획했던 홍보나 이벤트성 행사 등은 당분간 자제할 계획이다. 재경부나 산자부도 한미 FTA를 디딤돌 삼아 추진했던 국가 IR나 투자자 설명회 계획을 이번 사건 추이를 보아가며 진행하기로 했다. 산자부 관계자는 “투자설명회나 이벤트성 행사는 기본적으로 감성에 호소해야 하는데 지금으로서는 먹히기 어려운 실정 아니냐”며 “사건 진행상황을 지켜보면서 신축적으로 대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