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더블딥'보다 '일시조정'에 무게

■ 연초 경기회복세 추락하나<br>환율하락·고유가등 암초에 "다시 침체" 우려<br>美금리인상땐 외국자금 이탈·수출 타격도

'더블딥'보다 '일시조정'에 무게 ■ 연초 경기회복세 추락하나환율하락·고유가등 암초에 "다시 침체" 우려美금리인상땐 외국자금 이탈·수출 타격도 • 지난해와 올해 뭐가 다른가 ‘더블딥(일시 회복 후 재하강)인가, 소프트패치(경기상승기 중 일시쇠퇴)인가.’ 연초부터 뚜렷하게 회복세를 보였던 경기상황이 환율 하락과 고(高)유가 등 잇따른 암초를 만나면서 다시 침체에 빠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강하게 표출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파죽지세로 치닫던 주가지수는 내리막길을 걷고 채권금리도 떨어지는 등 지표들이 불안한 조짐이다. 이에 따라 반짝 회복세를 보이다 재하강하는 ‘더블딥’ 현상이 지난해에 이어 재연될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도 고조되는 양상이다. 다만 한편에서는 거시 환경의 악화가 경기를 일시적으로 후퇴시키는 ‘소프트패치’에 불과할 뿐 대세 상승의 흐름은 계속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을 고수하고 있다. 대외환경의 변화 속에서 경기 논란이 증폭되고 있는 셈이다. 이달 중반까지 나온 통계지표를 보면 경기 전반적인 상황은 낙관론을 버리기에는 아직 이르다. 우선 신용카드 사용액이 지난 1ㆍ2월 오름세를 보인 데 이어 3월에도 1~15일까지 두자릿수(14%)의 증가세를 이어갔다. 수출도 이달 1~16일까지 8.7% 증가했고 3월 전체로도 두자릿수가 가능할 것으로 정부는 관측했다. 낙관적 흐름에 주가지수도 11일 1,022.79까지 수직 상승했고 금리에도 장밋빛 전망이 묻어났다. 하지만 상황은 지난주를 고비로 변하기 시작했다. 16일 석유수출국기구(OPEC) 총회를 계기로 안정세를 되찾을 것으로 보였던 유가는 17일 47.90달러(두바이유 기준)로 최고치까지 치달았다. 원ㆍ달러 환율도 조만간 세자릿수에 안착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다.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가 전격 퇴진하면서 정책 추진력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도 사그라졌다. 이에 따라 주가는 18일 979.72까지 주저앉았고 국고채 금리는 18일 3.94%까지 떨어졌다. 실물을 반영하는 금융시장의 지표에서 위축현상이 뚜렷하게 감지되고 있는 셈이다. 국제환경도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9일 미국 금융시장은 주가와 채권가격, 달러화 가치 등이 동반 하락하는 트리플 약세를 나타냈다. 유가 상승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불거짐에 따라 정책금리가 인상될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었다. 이는 미국에서 저금리로 자금을 조달해 한국에 투자했던 외국인 이탈로 이어지고 우리 수출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중국의 상황도 좋지 않다. 중국은 최근 위앤화 절상에 대비해 은행 대출을 옥죄는 등 긴축정책을 잇따라 펼치고 있다. 최공필 금융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주요 국가의 경제환경과 유가 등 거시 지표의 동반 악화가 우리 경제에 원-투 펀치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같은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경제 전문가들의 분석은 아직 ‘더블딥’보다는 ‘소프트패치’ 쪽에 다가서 있다. 금융연구원의 다른 연구위원은 “거시 지표의 흐름과 내수 동향을 종합해볼 때 더블딥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며 “다만 오는 4월과 5월 일시적으로 경기가 꺾이는 소프트패치 현상이 발생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의 한 관계자도 “상승 국면에 들어선 것은 확실하다”며 “유가 등이 상승 흐름에 일시적인 걸림돌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다만 유가가 예상외로 60달러대의 고공행진을 보이거나 한국은행이 미국의 금리 인상에 보조를 맞추기 위해 콜금리를 올릴 경우, 중국의 긴축속도가 빨라질 경우 우리 경기도 예상 밖의 골 깊은 침체 국면으로 다시 빠져들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 용어-더블딥과 소프트패치 통상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할 때 경기가 침체된 것으로 규정한다. 이런 침체가 두번 계속될 경우 더블딥(double dip)이란 용어를 쓴다.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 끝나고 잠시 회복 기미를 보이는 듯하던 경기가 다시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으로 추락하는 것. 이에 비해 소프트패치는 경기 순환을 표시하는 데 쓰이는 정형화한 용어는 아니다. 지난해 앨런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미국 경제를 말할 때 골프용어를 빌려 썼던 것으로, 경기회복 국면 속에서 나타나는 일시적 소강상태를 일컫는다. 페어웨이 등에서 잔디 상태가 안 좋아 공을 치기 좋지 않은 일부 지점을 말한다. 김영기 기자 young@sed.co.kr 입력시간 : 2005-03-20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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