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소재도 진화한다. 더 이상 남녀간의 사랑이야기에 얽매이지 않는다. 무대에 좀비가 등장하고 주인공들이 악령과 싸우는 공포 뮤지컬이 선보인다. 같은 제목의 호러영화를 무대로 옮긴 뮤지컬 '이블데드(Evil Dead)'는 로맨틱 코미디 일색인 소극장 무대에 새 바람을 불러 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뮤지컬 '이블데드'에는 이색적으로 피가 튀기는 객석이 등장한다. '스플래터 존(Splatter Zone)'이라 칭하는 공연장 1~3번째 줄 30석의 관객들에겐 우의가 제공된다. 좀비의 신체 일부를 절단하는 장면의 연출에서 객석으로 끊임없이 피가 튀기기 때문. 자칫 불쾌할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에 제작사는 '스플래터 존' 예매를 따로 받는다. 미국과 캐나다 공연 당시 '혈(血)의 누(漏)'와 다름 없는 객석은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작품은 샘 레이미의 1983년 공포영화 '이블데드'와 속편으로 만들어진 1987년작 '이블데드 2'의 내용을 적절히 조합해 만들었다. 대학생 애쉬는 친구들과 여동생을 데리고 산으로 여행을 떠난다. 주인 없는 오두막에서 잠시 쉬던 이들은 우연히 낡은 서적을 발견한다. 책 속의 주문을 무심결에 외치다 숲 속에 잠든 좀비들을 깨우고 만 주인공 일행. 친구들은 하나 둘씩 좀비의 공격을 받아 좀비로 변하고 애쉬는 홀로 남는다. 절망한 그 앞에 오두막 주인의 딸이자 고고학자인 애니가 나타나는데… 작품은 토니상을 3회 수상한 배우 힌튼 배틀이 연출과 안무를 맡아 2003년 캐나다 토론토에서 초연했다. 2006년에는 미국 오프브로드웨이 무대에 진출해 인기를 끌었고, 지난해에는 토론토에서 재공연해 5개월 동안 매진된 바 있다. 우리나라 공연은 배우 임철형 씨가 연출을 맡아 연출가로 데뷔한다. 그 동안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 '풀몬티' 등에 출연해 관객의 배를 잡게 만들었던 임 씨는 한국식 코믹 요소를 가미할 예정. 출연진도 다채롭다. 지난해 뮤지컬 '쓰릴미', '스위니 토드'를 통해 살인과 광기의 진수를 보여준 배우 류정한이 주인공 애쉬 역을 맡아 다시 한번 피의 잔치를 선보인다. 애쉬 역은 '펌프보이즈' 등에 출연해 주목 받는 배우 조정석이 번갈아 맡는다. '싱글즈'의 백민정, '스위니토드'의 양준모 등도 조연으로 대거 참여한다. 공연은 3월 18일~6월 15일 서울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랙에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