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월가의 탐욕

“돈 잔치가 끝나면 사태가 복잡해질 거예요. 하지만 잔치가 계속되는 한은 즐겨야죠. 아직도 즐기고 있는 중이에요.” 최근 수백억달러에 이르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투자손실 문제로 쫓겨난 찰스 프린스 전 씨티그룹 회장이 지난 8월 언론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프린스는 2001년 이후 저금리와 부동산 경기 활황을 이용해 서브프라임 투자 광풍을 주도한 월가의 상징적 인물이다. 그는 유동성을 바탕으로 한 ‘수건 돌리기’ 게임이 곧 파국을 맞으리라는 것을 알았지만 높은 수익률에 취해 발을 빼지 못했다. 돈 잔치에 흠뻑 취했던 월가 최고경영자(CEO)들의 ‘탐욕’이 끝을 알 수 없는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씨티그룹은 27일 중동 국부펀드가 75억달러의 긴급지원을 결정하면서 가까스로 유동성 위기를 면했지만 올해만 서브프라임 투자손실로 150억달러를 상각할 처지다. HSBC는 자회사인 구조화투자회사(SIV)의 손실이 불거지면서 450억달러를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신용경색은 한국 증시에 대한 외국인 철수로 이어져 코스피지수가 하루에만 80포인트가 급등락하는 불안장세를 보이고있고 채권 가격도 요동치고 있다. 문제는 월가 은행들이 자기 돈이 아닌 남의 돈으로 원금의 수십 배, 수백 배의 레버리지 투자(차입투자)를 장부에 잡히지 않는 부외 투자 방식으로 지속해온 탓에 잠재 부실 규모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데 있다. 예를 들어 100억원의 주택담보대출을 유동화하는 방식으로 수십개 금융기관 차입을 통해 수천억원의 투자로 불려놓았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휴화산이 됐다. 월가 CEO들은 자신의 실적에 연동해 수백억, 수천억원의 보너스를 받는다. 이런 철저한 성과 연동주의도 이번 사태의 골을 더욱 깊게 하는데 한 몫 했다는 지적이다. 이들의 지나쳤던 탐욕이 미국을 넘어 유럽ㆍ아시아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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