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인 제가 보험회사에 다니면서 장애인을 돕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습니다. 제 몸의 일부라도 나눠서 나보다 힘든 선배에게 힘이 되고 싶었습니다." 스스로 지체장애 3급 장애인임에도 불구하고 만성신부전증으로 고통받는 지체장애 2급 선배를 위해 신장을 기증한 사연의 주인공 길영길(36)씨가 전하는 사랑의 메시지다. 교보생명 강북콜센터 서비스회복 매니저로 근무하는 길씨가 선배인 박영택(37)씨를 처음 만난 것은 고교시절 춘천지역 장애우 모임인 '등대회'에 가입하면서부터. 사회생활을 하면서 연락이 끊겼던 길씨에게 박씨의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진 것은 지난 6월. 길씨는 지난해 5월부터 만성신부전증 진단을 받고 1년 넘게 병마와 싸우며 신장 기증자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는 박씨의 소식은 동문들을 통해 길씨에게 전해졌다.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길씨는 네 차례에 걸친 힘든 검사를 거쳐 '이식 적합' 판정을 받아냈다. 지난달 29일 길씨와 박씨는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나란히 수술대에 올라가 신장이식 수술을 성공리에 마쳤다. 길씨는 "나보다 더 힘든 선배를 돕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아파서 웃음도 나오지 않지만 내 마음만은 활짝 웃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회복실로 들어서면서도 "선배의 수술경과가 좋았으면 한다"고 자신보다 먼저 선배를 챙기는 따뜻한 마음을 보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