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감소·환율불안 겹쳐…亞·중남미국가 위기확산아시아ㆍ 중남미 등 이른바 이머징 마켓이 미ㆍ일 경기침체에 따른 파장에 크게 흔들리고 있다. 미 경기둔화로 대미 수출이 크게 감소한 아시아 국가들은 엔화하락에 따른 환율불안까지 겹치면서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태평양 건너 중남미 국가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미ㆍ일 경기 침체가 장기화 될 경우 경제 하부구조가 튼튼하지 못한 일부 국가가 채무불이행을 선언하는 등 급격히 무너질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그 파장이 세계경제에 다시 악영향을 미쳐 이머징 마켓의 상황이 더욱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발생, 세계경제가 돌이킬 수 없는 공황수준에 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불안한 조짐을 보이고 있는 곳은 인도네시아다. 인도네시아는 압두라만 와히드 대통령 퇴진을 둘러싼 정치 공방과 함께 경제개혁을 놓고 국제통화기금(IMF)과 마찰을 빚고 있어 다시 한번 금융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으로 지목되고 있다.
정권 교체 후 안정세를 찾던 인도네시아 인접국 타이도 경제 위기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타이의 탁신 시나왓 총리는 16일 인터뷰에서 "다시 한번 금융위기가 찾아올 가능성이 있다"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인도네시아ㆍ미국ㆍ일본 등의 경제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 모하마드 총리도 미 경기 둔화로 올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7.0%에서 5.8%로 낮추는 등 미 경제 둔화에 대한 악영향을 공식 인정했다.
이와 함께 지난 98년 인접국가의 금융위기에 끄떡없었던 싱가포르도 15일 올 수출 증가율과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무역산업부의 리 신엔 장관은 "당장은 하향조정하지 않겠지만 미 경제가 빠른 회복을 보이지 않는다면 이 같은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은행 등의 부실채권 문제와 기업 구조조정이 완전히 끝나지 않은 우리나라, 정치불안과 반도체 가격하락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타이완 등도 상황에 따라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대미 의존도가 심한 중남미 경제도 미 경제 둔화에 따른 타격이 심각하다. 특히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체결 이후 대미 수출 의존도가 크게 증가한 멕시코가 가장 큰 영향권내에 있다.
이와 함께 브라질ㆍ아르헨티나 등 다른 국가들도 수출감소에 따른 경기둔화가 불가피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에 따라 IMF는 이 지역 올 경제성장률을 기존 4.5%에서 3.9%로 낮추는 등 국제적인 기관들이 이 지역 성장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일각에서는 오는 20일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를 대폭 인하할 경우 과도한 달러 부채를 안고 있는 남미 국가들이 이자에 대한 부담을 줄이면서 수출감소에 따른 악영향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미ㆍ일 경제불안이 이머징 마켓에는 다른 어떤 요인보다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국제간 노력으로 모라토리움 등 최악의 국면을 막아내야 한다는 반응이다.
장순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