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가 가파른 강세 행진을 멈추고 지난해 12월 중순 이후 약세로 전환되면서 지난 2005~2007년 사이 글로벌 경제에 유동성을 제공했던 엔캐리 트레이드가 끝났다는 분석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세계 각국이 저금리 정책을 펴면서 저금리의 엔화를 빌려 고금리 자산에 투자하는 엔캐리 트레이드가 매력을 상실했다고 진단한다. 미국은 지난해 12월 기준 금리를 0~0.25%에서 운용하면서 사실상 제로(0) 금리를 유지, 0.2%의 기준금리를 적용하는 일본과 금리 차이가 없다.
캐리 트레이드는 환율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캐리 트레이드 청산을 위해 엔화 수요가 늘어나면 엔화 가치가 강세(환율 하락)로 돌아선다. 대표적인 지표인 엔ㆍ달러 환율은 지난달 27일 97.84엔에 거래를 마쳐 엔캐리 트레이드가 정점을 이뤘던 2007년 하반기(124엔) 이후 21% 하락(엔화 강세)했다.
엔ㆍ달러 환율은 지난해 10월 이후 엔캐리 트레이드가 본격화한 2004년 이전 수준으로 떨어졌다. 특히 엔ㆍ달러 환율이 지난해 12월 중순 강세 행진을 마감한 뒤 지난 2월까지 12% 이상 가치가 하락하자 엔캐리 트레이드가 완전히 끝났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엔화 약세는 엔캐리 트레이드가 청산돼 엔화 수요가 줄어들었다는 신호라는 것.
최근의 엔화 약세는 일본 경제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4ㆍ4분기 일본의 국내총생산(GDP)이 3.3% 감소하는 등 일본 경제가 급속하게 침체되자 외국인 투자가들은 일본 주식을 앞 다퉈 팔아치우며 자금을 회수하고 있다.
스테펀 젠 모건스탠리 외환전략가는 연말에 엔화 가치가 달러당 115엔까지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스티브 배로 스탠더드은행 분석가는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끝나면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지속된다고 해도 엔화 상승세는 멈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을 속단할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SK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엔ㆍ달러 환율과 함께 일본의 자본수지 통계를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재혁 SK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엔이 약세로 돌아섰다고 해서 엔캐리 트레이드가 종료됐다고 말하긴 이르다”면서 “자본수지 통계 중에서 주식이나 채권투자수지, 기타투자수지 중 차입항목의 2004년 이후 누적액이 적어도 2005~2006년 수준으로 복귀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