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토요 산책] 예술의 가치

예술 작품이나 전시회에 관심이 거의 없는 사람에게 종종 듣는 말이 “그거 봐서 뭐하냐”는 것이다. 먹고살기도 바쁜데 돈도 안 되는 전시회는 왜 가는지 모르겠다는 얘기다. 아직 적지 않은 사람들이 예술의 가치를 이해하지 못하고 예술을 별 걱정 없는 사람들의 놀이 정도로 여기고 있다. 의식이 성숙하면서 질 높은 삶을 얘기하고 있지만 그에 대한 구체적 모습을 그리기에는 아직 미흡한 부분이 있는 듯하다. 그 벌어진 간격을 메우는 데 예술은 적절한 답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굳이 행복과 풍요로운 삶을 얘기하지 않아도 예술은 사회를 이해하고 사람이 성장하는 데 훌륭한 도구가 된다. 우선 모든 예술작품은 우리 모습을 반영한다. 우리가 지금 어떤 생각, 가치관, 문화에 둘러싸여 살아가고 있는지 말해준다. 개개인이 사회의 좋은 인재로 성장하기 위해 그 시대를 이해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감성을 공감하는 능력은 이제 필수적인 것이 됐다. 특히 작가는 이 세상에 대해 철학자처럼 공부하고 깊은 성찰 끝에 자기 영혼의 결과물을 내놓기 때문에 그 작품은 이 사회를 이해하는 데 우리가 공부할 만한 많은 단서들을 내포하고 있다. 몇 시간을 들여 책을 한 권 읽고 사회에 대한 이해의 폭을 키울 수도 있지만 잠시 틈을 내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사회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과 목소리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예술은 다른 어떤 매체보다도 우리 마음의 교감 상태를 열어준다. 무언가 전해지고 전달받는다는 것. 그 상호교류의 쾌감은 줄거리가 복잡한 영화나 글씨가 빽빽한 책보다 오히려 음악이나 미술로 가장 쉽게 직접 느낄 수 있다. 음악이나 미술을 만국 공통의 언어라고 하지 않는가. 일상에서 친구들과의 대화나 텔레비전 등 매체를 통해 감정이 교류되는 것처럼 예술작품 또한 그것이 가능하며 그것은 좀 더 높은 의식 수준에서 이뤄진다. 어느 분이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빈센트 반 고흐전에서 반 고흐 작품을 보고 왜 사람들이 그림 앞에서 30분 동안 서 있는지 처음으로 알게 됐다고.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니 그 물감, 붓 터치 하나하나가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면서 작품을 그렸을 작가의 상황과 생활 속으로 들어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시공간을 넘어 그때의 사람과 소통한다는 것은 우리가 살아 있는 존재라는 것을 느끼게 하는 소중한 경험인 것이다. 또한 예술은 다른 시각을 제시해주기도 하는데 가끔씩 자신이 보기에 말도 안 되는 그림 혹은 색채를 쓰는 작품들을 접할 때 그것을 경험할 수 있다. ‘나라면 도화지와 재료가 주어졌을 때 저렇게 하지는 않을 텐데’ 싶은 것들을 어떤 사람은 참 다른 방식으로 표현해내고 있다. ‘똑같은 풍경을 봐도 비슷한 감정을 느껴도 저 사람이 받아들이고 내보내는 방식은 이렇게 다양하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같은 모습으로 살아가지만 하나하나가 얼마나 다른 모습과 생각의 형태를 띠고 살아가는지 삶의 이해의 폭을 넓히게 된다. 이렇듯 예술작품을 감상한다는 것은 생각을 넓히는 일이다. 한 사람의 말, 행동, 삶을 결정 짓는 것은 생각이다. 생각을 키우고 성숙시키는 것만큼 우리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이 또 있을까. 좋은 강의를 듣거나 책을 사고 성격 테스트를 받는 것만큼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데 노력을 기울인다면 더 쉽고 재미있는 방법으로 생각의 크기를 키울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생각을 만들어내고 살아가는 것 같지만 가끔은 우리가 한 생각에 지배당하며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제 우리는 개개인의 생각의 틀을 넓히는 일을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사람이 시간과 돈을 어느 부분에 주로 사용하는가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고 한다. 과연 우리는 지금 우리 영혼과 정신을 위한 부분에 어떤 형태로 얼마만큼의 시간이나 비용을 들이고 있는지 한번쯤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남대문 시장에 나물 파는 할머니도 좋아하는 작품을 소장하는 그런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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