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선행 지표인 원재료와 중간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물가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원재료 가격이 6.4% 올라 3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한 데 이어 지난 달에도 8.2%나 폭등했다. 국제유가와 원자재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내수침체로 고전하는 기업들의 채산성이 더욱 악화되는 것은 물론 우리 경제의 유일한 버팀목인 수출 전선에도 비상등이 켜질 것으로 우려된다.
◇최종재 상승폭 5년 만에 최고치=지난 1월 원자재 및 중간재가격은 전월대비 1.9% 상승했다. 미국ㆍ이라크 전쟁으로 지난해 2월 2.3%가 오른 후 최대 폭이다. 국제유가 상승의 영향이 컸다. 두바이유 현물가격은 지난해 9월 배럴 당 25.4달러를 기록한 후 4개월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 지난달에 월 평균 28.9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원재료가격은 국제유가 상승으로 광산품 가격이 오른 데다 고철가격(31.3%) 급등으로 공산품 가격이 상승하면서 3.3% 뛰었다. 중간재 역시 석유제품과 화학제품 값이 오르면서 전년 동월대비 6.2% 상승했다.
원재료와 중간재 가격이 뛰자 최종재 가격도 무섭게 오르고 있다. 최종재는 지난 1월 전년 동월대비 2.3% 상승했는데 이는 지난 98년 12월 6.3% 이후 5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전월 대비로는 1.0% 상승해 전월 증가폭(0.5%)의 2배를 기록했다.
최종재 가운데 자본재는 기업들의 설비투자 부진으로 인해 0.4% 상승하는데 그쳤지만 소비재는 지난해 3월 이후 최대폭인 1.3%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휴대전화기, 컴퓨터 등 내구소비재의 가격이 떨어졌지만 휘발유나 농축수산물 등 비내구소비재 가격이 그 이상으로 뛰어올랐기 때문이다.
◇소비자물가 압박 우려=김인규 한은 경제통계국 과장은 “원자재 가격 상승은 수출기업의 채산성을 떨어뜨리는 등 경제 전반에 큰 부담이 된다”며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가 1월에 오르는 등 물가에도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이 같은 추세는 2ㆍ4분기부터는 안정을 찾을 것으로 예상되며 아직 물가목표를 위협할 수준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적어도 1ㆍ4분기까지는 유가 및 원자재가격 뿐 아니라 등록금, 집세 등 서비스가격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당분간 물가 불안을 감수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유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은 이미 지난해부터 시작된 문제이며 경제흐름에 큰 영향을 미칠 수준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수출 역시 상반기까지는 현 호조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허찬국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현 상황이 장기화하면 경기침체와 물가불안이 겹치는 스테그플레이션이 올 수도 있다”며 “원자재가격 급등으로 인한 물가불안으로 인해 정부의 정책기조가 흐트러져선 안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연선기자 bluedash@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