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행을 거듭하던 국회가 22일 민주당의 주국야광(晝國夜場ㆍ낮에는 국회, 밤에는 광장에서 투쟁) 전략으로 부분 정상화의 길로 들어섰다.
민주당은 이날 의원총회와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 예산결산특위원회의 새해 예산심의 참여 여부에 대해 격론을 벌인 결과 손학규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가 강경파들의 심한 반대의견에도 불구하고 예산심의에 일부 참여하되 소위 '청와대 불법사찰 의혹사건' 등에 대한 국정조사와 특별검사 관철을 위해 장외투쟁을 병행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손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광장에 천막을 치고 24시간 철야농성에 돌입했으며 서울광장은 물론 전국 지역위원회별로 대국민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손 대표는 "민주수호 대장정에 들어가 이 정부의 공안통치를 끝장 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따라 이날 오후3시를 전후해 민주당 의원들은 예결특위를 비롯해 교육과학위원회 등 이날 열린 일부 상임위에 참석했다. 하지만 예결특위에서 종합정책질의에 바로 참여하지 않고 국조와 특검을 요구하는 등 원내투쟁에 치중해 여당 측과 고성을 주고받는 등 예결위 운영이 원만히 이뤄지지 못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예산심의에 부분적으로나마 복귀함에 따라 정부가 제출한 309조6,000억원에 대한 예산심의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앞서 민주당은 원내외 병행투쟁론을 놓고 정동영ㆍ정세균ㆍ천정배ㆍ박주선 최고위원등이 반발하는 등 지도부 내 극심한 의견차이가 빚어지며 갈등을 겪었다. 이날 의총에서도 "국조와 특검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데 예산심의 복귀는 득보다 실이 크다"는 의견이 우세해 중대 고비를 맞기도 했으나 결국 손 대표와 박 원내대표는 원내외 투쟁을 적극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청와대 등에서 국조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파행이 지속될 경우 야당이 예산을 정쟁의 볼모로 잡는다는 비판 여론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는 이날 아침 국회 민주당 대표실로 손 대표를 예고 없이 1분 정도 방문해 "잘해봅시다"라며 협조를 요청했다.
이날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예결특위에 출석, 전날 한국개발연구원(KDI)가 내년 경제성장률을 4.2%로 잡은 것과 달리 5% 안팎의 성장을 할 것이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그는 유기준 한나라당 의원이 "정부의 전망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지적이 있다"고 하자 "선진국 경기 둔화 우려, 유럽의 재정위기로 세계경제에 불확실성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종합적으로 봐서 우리나라는 내년에 5% 내외의 성장을 할 수 있다고 예상한다"고 답변했다. 윤 장관은 "상황이 변경되면 성장률 전망을 수정할 수 있겠지만 5% 성장 전망은 이유가 있다. 소비와 투자의 진작으로 내수가 살아나고, 수출도 견조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며 "경제성장률이 1% 감소했을 때 세수는 1조원, 많으면 2조~2조5,000억원 정도 감소할 수 있으나 올해 성장률이 예상보다 높게 나타나 내년도 세수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