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불황터널' 끝이 안보인다■ 7년만에 마이너스 성장
테러여파 소비심리 급속위축… 소비자지수 두달새 25% 하락
지난 9.11 테러 이후 미국의 소비 심리가 급랭하면서 미국 경제의 마이너스 성장이 6개월이상 지속될 전망이다.
3ㆍ4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과 관련, 뉴욕 월가에서는 93년 1분기 이래 8년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대로 떨어지고, 91년 1분기의 -2.0% 이래 가장 큰 폭인 -1.0%에 이를 것이라는 컨센서스가 형성돼 있다.
게다가 테러참사와 보복전쟁 이후 미국인들의 소비 경향을 처음으로 조사한 컨퍼런스 보드의 10월 소비자 신뢰지수가 7년반만에 최저치로 급락, 4분기에 미국 경제는 3분기보다 더 심각한 침체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GDP의 3분의2를 차지하는 소비가 테러 참사와 탄저병, 전쟁 장기화등으로 꺾이면서 미국의 경기침체는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 소비심리 급랭
뉴욕의 민간연구단체인 컨퍼런스보드는 10월 소비자신뢰지수가 9월의 97에서 85.5로 급감했다. 당초 월가에서 기대했던 95.5보다 훨씬 낮은 것으로, 미국인들의 소비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식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지난 8월 114였던 이 지수는 두달 사이에 25% 급락했으며, 90년 걸프전 발발후 한달 사이에 18% 하락한 것에 비해 느리지만 더 큰 폭으로 하락했다.
미국의 소비심리가 급랭하고 있는 것은 ▲ 테러 참사 이후 항공ㆍ호텔ㆍ레저산업등에서 발생한 대량 해고로 미국인들의 구매력이 크게 상실했고 ▲ 탄저병과 제2테러에 대한 두려움으로 외출을 삼가했으며 ▲ 전쟁 장기화 전망으로 적극적인 소비활동을 자제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게다가 테러 초기에 보여줬던 애국적 소비운동도 시간이 흐르면서 약화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소비자신뢰지수는 지난 91년 경기침체때 최저점인 47.3보다 높은 위치에 있기 때문에 여기서 지수하락이 멈추고 상승세로 돌아선다면 미국의 경기 회복에 중대한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제2의 테러 가능성이 상존하고 전쟁이 오래갈 것이라는 심리적 압박감이 소비 심리 회복에 장애로 등장하고 있다.
◆ 4분기에도 마이너스 성장 불가피
웰스파고 은행의 이코노미스트 마이클 스완슨은 4분기 GDP가 2.8%로 3분기보다 더 악화될 것이지만, 연방정부의 경기촉진책으로 침체가 완만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메릴린치의 이코노미스트 브루스 스타인버그도 2분기 이상 마이너스 성장을 전망하면서 "불투명한 상황에 휩싸여 있지만, 내년 중반에는 강한 회복세를 동반할 것"으로 내다보았다.
4분기 경기침체 정도는 2일 발표되는 10월 실업률을 통해 일부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월가에서는 실업률이 9월의 4.9%에서 10월엔 5.2%로 상승하고 내년 중반에는 6.2%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경기침체-실업률 상승-소비둔화-경기침체라는 악순환의 고리는 소비심리 반전에서 끊어지고, 그 지점에서 경기회복의 터닝포인트가 형성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쟁과 테러, 경기침체가 동시에 맞물려 있다고 보아야 한다.
뉴욕=김인영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