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지속가능경영이다] ⑦·끝 좌담회
"기업들 핵심 경쟁력으로 인식 시급"사회적 책임완수 차원 기업 자발적 참여 중요환경친화 제품 구매등 소비자들도 관심 가질때
김종갑 산업자원부 차관보
이병욱 LG환경연구원 원장
최열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환경재단 상임이사
[이젠 지속가능경영이다] ①
[이젠 지속가능경영이다] ②
[이젠 지속가능경영이다] ③
[이젠 지속가능경영이다] ④
[이젠 지속가능경영이다] ⑤
[이젠 지속가능경영이다] ⑥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지속가능 경영’이 기업의 핵심경쟁력으로 인식돼야 합니다. 기업은 이를 위해 지속가능 경영을 계획하고 실천하는 부서 및 기구를 내부 의사결정 과정에 적극 참여 시켜야 합니다.”
본지 기획시리즈 ‘이젠 지속가능 경영이다’ 의 좌담회에 참석한 김종갑 산업자원부 차관보, 최열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이병욱 LG환경안전연구원 원장은 “기업의 지속가능 경영이 확산되기 위해서는 정부 지원과 일반 국민의 이해가 확대돼야 한다” 고 강조하면서 그 전제조건을 이같이 말했다. 특히 지속가능경영은 기업 뿐만 아니라 정부와 시민단체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병욱 LG 환경안전연구원장= 국가, 산업, 기업 차원에서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한 논의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부존 자원이 적은 반면 에너지 다소비형 경제구조를 갖고 있어 지속가능 발전에 장애가 많습니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어떻게 바라보고 국가 정책 차원에서는 어떻게 접근해야 할 지가 문제입니다.
▦김종갑 산업자원부 차관보= 코피아난 UN 사무총장이 지난 2002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지구정상회의 당시 주장한 내용이 지속가능 발전의 뜻을 잘 담고 있습니다. 맑은 물을 마실 수 있을 것, 지속적 에너지 공급이 가능할 것, 건강을 유지할 것, 기아에서 벗어나 식품 공급이 계속될 것, 생물다양성이 유지될 것 등입니다.
정부도 이 다섯 가지를 고려하면서 정책수립 초기부터 소비자, 환경, 생산자를 먼저 생각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최열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우리나라가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게 90년대 초입니다. 이 전에는 ‘사는 게 힘들다’며 환경을 무시했습니다. 구조적, 근본적 문제를 외면한 지금 우리나라의 환경 경쟁력은 세계 최하위권입니다. 생활양식과 산업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살아 남지 못합니다. 즉 지속가능 발전으로 인식의 대전환이 시급합니다.
▦이 원장= 기업에 좀 더 포커스를 맞춰 보겠습니다. 최근 대기업들이 윤리ㆍ환경경영에 적극 나서며 지속가능 경영을 표방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기업이 상대해야 할 이해관계자의 폭이 크게 늘었습니다. 앞으로 기업이 어떤 이해관계자를 더욱 중요시하고, 이들을 어떤 시각에서 바라봐야 하는 지 고민입니다.
▦김 차관보= 먼저 기업이 그동안 일반국민에게 신뢰를 주지 못했던 부분은 인정해야 합니다. 하지만 국민의 반기업정서는 상당부분 과장된 면이 있고, 시장경제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기인한 측면이 적지 않습니다.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차원에서 지속가능 경영을 중요한 화두로 삼아야 합니다. 이 경우 기업이 부가가치 및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해 나라와 사회에 기여하는 면이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겁니다.
▦최 총장= 기업이 지속가능 경영을 위한 활동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시민단체 입장에서 본다면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활동이 필요합니다. 한국 기업도 환경문제 등에 대해 개방적이고 적극적 태도를 취하고 있습니다. 80년대만 해도 무조건 시민단체의 감시활동을 저지하기만 했으나 이제 그런 기업은 많지 않습니다. 이 같은 인식전환의 대표적 계기가 90년대 초 두산의 페놀 방류 사건입니다. 페놀사건을 계기로 기업들은 환경문제에 잘못 대처할 경우 훨씬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감시와 지적보다는 외국의 선진사례를 제시하고 ‘왜 환경이 기업경영에도 중요한가’를 보여주는 것이 보다 효과적입니다. 예를 들어 제가 지난 6년 동안 사외이사로 활동했던 삼성SDI에 환경경영에 대한 주문을 많이 했습니다. 삼성SDI는 환경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에너지 소비가 적?제품 개발에 나서면서 차세대 성장산업인 ‘OLED’ 분야를 선점할 수 있었습니다.
해외선 환경-수입 연계늘어 환경이 우리경제 앞날 좌우'지속가능 경영' 확산 위해 정부·시민단체도 힘 모아야
▦이 원장= 지속가능 경영 여부가 이제는 시장에서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경영과 관련한 이해관계자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해서 경영활동에 반영하는 것이 지속가능 경영의 첫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김 차관보= 환경ㆍ윤리ㆍ투명기업이 시장가치가 더 높다는 사실은 여러가지 조사에서 이미 나타나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를 더욱 더 분명히 하는 일에 앞장 설 것입니다. 잘 하는 기업들에 대해 표창하고 홍보도 도울 것입니다. 또 중소기업의 ‘지속가능한 경영체제’를 돕기 위해 대기업의 노하우가 활용되도록 지원할 생각입니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돕는 비용은 정부가 지원하고, 이들 기업에는 이자율을 낮춰주는 방안도 금융권과 협의할 생각입니다. 공기업에도 인센티브를 줘 지속가능 경영을 유인할 계획입니다. 무엇보다 국민이 지속가능 경영을 실천하고 있는 기업의 제품을 소비하는 게 ‘만족이 크다’는 인식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최 총장= 지속가능 발전을 위해서 기업이 잘 할 수 있는 부분을 더 잘 하도록 격려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소비자가 쓸 수 있는 환경마크 적용 상품이 늘어나면 기업들도 환경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당연히 더 노력할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환경마크 제품에 대해 우선구매제를 적용하는 것도 관심을 가져 볼 만 합니다. 시민단체도 소비자들이 돈이 더 들더라도 환경친화적 제품을 사용하는 게 이익이라는 사실을 알리는 데 더욱 역점을 둬야 합니다.
▦이 원장= 기업이 환경 등을 고려해 지속가능 경영에 나선 게 10년이 채 안됩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속가능경영위원회를 만든 것도 2000년대에 들어서 입니다. 결론적으로 우리 기업 대부분이 지속가능 경영을 기업의 핵심경쟁력으로 확신하지 못하고 있는 게 문제 입니다. 이런 점에서 최근 현대차가 지속가능 경영 관련 부서를 경영기획실에 둔 것이나, 포스코가 기획부서에서 직접 챙기는 등의 발전은 의미 있는 것입니다. 도요타, GE 등 글로벌 기업은 이미 이와 같은 체제를 갖췄을 뿐 아니라 인력도 대폭 강화하고 있습니다.
▦최 총장= 지속가능 경영이 재계에서 꽃 피우려면 국민적 합의가 필요합니다. 지난 세계환경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이헌재 부총리에게 ‘환경이 경제다’를 국가적 아젠다로 세우자고 제안했습니다. 예를 들어 유럽연합(EU)이 높은 환경의식을 바탕으로 환경문제를 수입과 연관시키고 있습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서는 결국 선진국의 높은 환경장벽을 넘어설 수 있느냐가 경쟁력의 관건이 됩니다. 즉 환경이 한국 경제의 경쟁력을 좌우하게 됩니다.
▦이 원장= 지속가능 발전에 대한 국가적 컨셉(Concept)과 전략이 비전화돼야 합니다. 이렇게 해야 국토개발 등과 관련된 구체적 이슈가 자리를 잡아갈 것입니다. 지속가능 발전위원회가 대통령 자문기구로 발족한 지 3년이 넘었으나 본연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을 우리 사회가 꾸려가기 위한 방안이 마련돼야 합니다.
▦김 차관보= 산업자원부, 환경부 뿐 아니라 범 정부적으로 ‘지속가능 발전’에 대한 관심이 필요합니다. 이 부분이 미흡해 국가 비전으로 확립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산업자원부 차원에서는 청정생산기술 개발에 역점을 두고 전국에 친환경산업단지를 6개 정도 만들어 모범이 될 수 있도록 할 생각입니다. 또 기업의 윤리경영 모델을 많이 알려 국민이 지속가능 경영을 위해 노력하는 기업을 잘 알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최 총장= 시민단체는 정부정책에 대한 자문과 감시능력을 높여 나가야 합니다. 특히 기업이 자발적으로 환경경영 등에 나서도록 격려하는 일에 힘쓸 필요가 있습니다. 환경재단이 기업들과 함께 매출액 1만분의 1을 환경에 투자하는 활동이 좋은 예라고 생각합니다.
▦이 원장= 기업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을 갖는 데 힘을 쏟아야 합니다. 특히 지속가능 경영과 관련해 내부에 의사결정 논의기구가 있어야 합니다. 세계적 기업들은 이사회 내에 이 같은 조직을 이미 두고 있습니다. 지속가능 발전에 대한 경험, 과정, 결과 등도 체계적으로 정리돼야 합니다. 그리고 이 자료가 일반에 널리 활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또 조세부문을 개선해서 친환경 투자 뿐아니라 환경오염 예방, 연구개발 등에도 조세감면 혜택을 주어야 하며 무엇보다 이 같은 논의가 체계적으로 확립돼야 합니다.
정리 손철기자 runiron@sed.co.kr
사진 이호재기자
입력시간 : 2004-06-28 1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