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되돌아본 2001 세계경제]세계 IT산업 붕괴

진앙은 미국, 亞경제 대지진'사상 최악', '제품가 폭락', '마이너스 성장'. 올 한해 세계 IT(정보기술)산업을 수식했던 음울한 단어들이다. 지난해 말 미국에서 촉발된 IT 산업의 불황은 태평양을 건너 아시아를 강타했고 다시 대서양 건너 유럽국가들까지 수렁에 빠뜨렸다. 세계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를 따진다면 미국 IT산업의 침체는 아르헨티나 국가부도 위기보다 훨씬 더 강력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올해 무려 열한차례에 걸쳐 4.75%포인트의 금리인하를 단행한 것도 따지고 보면 IT산업 침체가 그 단초가 됐다. IT 산업의 유례없는 불황 속에서 미국은 '감원', 유럽은 '감산', 아시아는 '공장 가동 중단'으로 한해 내내 신음했다. 지난해까지 호황을 누렸던 세계 반도체, PC, 이동전화 시장은 급속히 냉각됐기 때문이다. 올해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는 지난해의 3분의 2인 1,520억달러로 줄어들었다. 반도체 D램시장은 더욱 나빠 지난해보다 무려 55%가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세계 이동전화 수출량도 9% 줄어든 3억7,000만대 규모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지난해 37%나 급성장했던 전세계 이동통신 시장의 시장 축소는 20여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이에 따라 미국 IT업계에선 감원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모토롤러는 올 한해만 3만9,000여명을 감원했다. IBM, 루슨트테크놀러지 등 간판 IT기업들이 잇따라 감원대열에 나섰다. 유럽도 세계적인 수요 감소로 고전하기는 마찬가지다. 세계 1위의 휴대전화업체인 노키아의 지난 3ㆍ4분기 수익율은 30% 가까이 감소했고 세계 4위 스웨덴 에릭슨은 적자로 돌아섰다. 하지만 세계 IT산업 침몰의 최대 희생자는 아시아였다. 역내 각국이 국내총생산(GDP)의 40%내외를 대미 IT 수출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99~2000년 중 아시아의 'V'형 경제회복을 주도했던 IT 부문은 올해 아시아 경제 몰락의 주범이 됐다. 실제 아시아 경제 우등생인 싱가포르, 타이완은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 실질적인 경기침체(recession)에 빠졌다. 현재로선 세계 IT 산업이 내년 상반기까지 본격적인 회복세를 보이기 어렵다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무엇보다도 현재 미국 IT산업의 가동률이 60%대에 머무는 등 이 분야의 재고조정과 과잉투자 해소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세계 경제가 바닥권 탈출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 점은 세계 IT업계에 청신호를 던지고 있다. 세계 경제를 끌어 온 미국경제의 버블이 IT부문에서 가장 먼저 꺼진 만큼 경기회복의 시그널도 이 분야에서 가장 먼저 가시화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운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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