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4월 20일] 천안함 승조원들 명예 드높이기

"Ladies and gentlemen…. 현역 군인과 가족, 제대군인과 가족들이 있으면 모두 일어나주시기 바랍니다. 세계평화를 위해 애쓰시는 이분들에게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 지난해 11월 하와이 미 태평양 사령부를 방문했을 때다. 시골마을 음악축제의 사회자는 이런 인사로 행사를 시작했다. 단지 하와이를 찾은 관광객들을 위한 평범한 민속축제인데도 말이다. 6ㆍ25 전쟁 기념일과 국군의 날이 아니면 예우받지 못하는 우리 군과 참전용사들에 크게 비교되는 풍경이었다. 김대중 정부시절이던 지난 2002년 제2차 연평해전 전사자 영결식에는 국무총리는 말할 것도 없고 국방장관조차 오지 않았다. 당시 정부는 연평해전의 원인을 우발적 상황에 따른 교전 정도로 치부했다. 정부와 군의 무성의한 태도에 깊은 상처를 입은 어느 전사자의 부인은 미국행을 택하기까지 했다. 목이 메어 읽어 내려가기조차 힘든, 사연 많은 천안함 희생장병들의 명예를 높이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정부와 군은 천안함 희생 장병들을 전사자로 예우하고 '해군장'으로 장례식을 치러 대전 현충원에 안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의 이런 적극적인 태도는 칭찬할 만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칭호와 장례식뿐만이 아니다. 그들 자녀의 교육지원을 비롯해 가족들의 삶을 보듬어주는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여기에는 우리 사회 전체의 따뜻한 배려와 관심도 필요하다. 우리 군도 전열을 다시 가다듬어야 한다. 지휘ㆍ보고체계ㆍ경비태세 등에 문제가 없는지 일일이 점검해야 한다. 미 하와이 태평양 사령부를 방문했을 때 받은 강한 인상은 참전용사에 대한 극진한 예우와 함께 총사령관부터 말단 병사까지 공유하는 긴장감이었다. 당시 아프가니스탄에서 숨진 장병들을 기리기 위해 사령부 건물의 성조기를 조기형태로 게양했고 사령부 내 건물들 외벽에는 2차 대전 때 총탄을 맞은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여기저기 군 골프장이 들어서고 대리석으로 으리으리하게 지어져 있는 우리 군의 건물들을 떠올릴 때 부끄러운 생각마저 들었다. 개나리와 벚꽃이 만발하는 봄날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온 천안함 승조원들, 그리고 아직도 수습하지 못한 8명 실종자들의 넋을 기리고 명예를 드높이는 일은 이제 오롯이 우리에게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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