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게놈 이야기] 5. 노화조절 유전자

지난 98년 10월 캘리포니아과학원(California Institute of Technology)의 세이머 벤저(Seymour Benzer) 박사 연구팀은 초파리의 수명을 조절하는 유전자를 발굴하였다. 그는 그 유전자를 성경 창세기에 969년 동안 살았다고 기록돼 있는 메수젤라(Methuselah)의 이름을 따서 명명하였다.메수젤라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일어난 초파리들은 정상 초파리보다 35% 더 오래 살았다. 그것들은 음식이나 열, 혹은 유해산소를 만들어 세포를 손상시키는 제초제 등의 스트레스에도 정상에 비해 50% 이상 잘 견뎠다. 그 단백의 구조를 살펴보면 세포막에 존재하는 G단백 연결수용체(Gprotein-coupled receptor)군의 하나로 신호전달체계에 관련돼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 수용체 단백에 전해지는 신호가 무엇인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이것이 생명체의 수명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밝혀진 최초의 유전자는 아니다. 일부 선충에서 이미 6~7개 유전자가 발굴되었으나, 다른 동물과 달리 휴면기로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고등생물과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 어쨌든 선충과 초파리에서 모두 노화를 조절하는 유전자들이 발견된 만큼 척추동물도 예외가 아닐 것으로 예상된다. 과연 앞으로 개인의 질병과 아울러 수명까지 예측하거나 조절할 수 있는 때가 오게 될까? 요즘 같이 빠른 속도로 과학이 발전하는 때에는 정말로 미래를 예측하기 어렵다. 다만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생명체는 자연의 한 부분으로서 진화라는 큰 흐름을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존재라는 사실이다. 유전자의 돌연변이를 통해 여러 가지 질병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더 우수한 형질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항상 환경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생명체이다. 질병의 예를 들자면, 특정 질환관련 유전자에 같은 돌연변이를 갖고 태어난 사람들도 각 개인마다 발병시기와 증상이 다른 것을 보면 유전성향과 아울러 환경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진화의 입장에서 본다면, 돌연변이는 지구상의 환경 속에서 끊임없는 실험과 자연선택 과정을 통해 생명의 다양성을 이뤄 종을 유지하고 개선시켜 나가는 효율적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보다 많은 유전학적 지식이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데 활용되기를 바라면서도, 행여 인간이 진화의 흐름을 함부로 판단하거나 개입하려 들지 말기를 바라는 것은 괜한 기우일까? 송규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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