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8일 검찰이 SK비자금 사건과 관련, 최돈웅 의원을 소환한 데 대해선 신중히 해명하면서도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연루된 부분을 겨냥해선 집중 포화를 퍼부었다.최병렬 대표는 “과거 경험하지 못했을 정도로 비리와 관련해 대통령 주변 인물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며 정권의 도덕성을 공격했다. 홍사덕 총무는 “어려운 여건에서 대선을 치른 야당보다 여당이 무소불위의 부정부패를 저질렀다”고 주장하며 여권에 공을 떠넘겼다.
일부 관계자들은 “대선 때 일인 만큼 현 지도부와는 직접 관계가 없지 않느냐”는 반응도 보였다. 하지만 대부분 당직자들은 검찰이 대선 당시 재정위원장을 부른 데 대해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회창 전 후보측은 “대선자금은 모두 당에서 처리하고 이 전 후보는 돈 문제에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며 무관함을 강조했다. 한 측근은 “세풍(稅風) 등을 겪어온 이 전 후보가 돈 문제에 극도로 조심한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일”이라며 “최 의원이 SK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당 재정위원장이었던 만큼 당에 다 줬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민주당은 이날 “우리하고는 관련이 없다”고 불똥이 튀는 것을 차단하면서도 “16대 총선자금 수사를 위한 신호탄이 아니냐”고 의심하는 등 촉각을 곤두세웠다.
박상천 대표는 의총에서 “SK비자금 문제는 공정하고 철저하게 수사해야 한다”면서 “검찰이 정치적 목적과 의도를 갖고 해선 안 된다”고 미리 차단막을 쳤다. 김성순 대변인 역시 “대선자금과 당선축하금에 대해선 아는 바 없어 우리로선 달리 할 말이 없다”며 검찰의 공정한 수사를 요구했다.
통합신당은 대선자금이 도마 위에 오르고,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가 다시 비리 의혹을 받자 노 대통령과 신당의 도덕성에 흠집이 날까 걱정하고, 곤혹스러워 하는 분위기가 뚜렷했다. 하지만 겉으로는 “우리는 한 점 부끄럼이 없다”고 주장하며 한나라당과 민주당에 화살을 돌렸다.
김원기 창당주비위원장은 “SK측으로부터 받은 후원금 가운데 불법적인 자금은 티끌만큼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검찰이 우리 대선 자금에 대해 손대도 상관없으나 다른 불법적인 대선자금도 함께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걸 의원은 “대선 때 많은 기업들이 한나라당에 더 많이 정치자금을 주려고 했던 것 아니냐”며 한나라당을 조준했다. 민주당적을 유지하고 있는 전국구 박양수 의원은 “민주당에 영수증 처리가 안 된 자금이 많다고 들었다”면서 “내주 중 민주당 의원 3명을 검찰이 소환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물귀신작전`을 폈다.
<박정철기자, 이동훈기자 parkjc@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