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세계 공장' 中의 어두운 그림자

'차이나 프라이스' 알렉산드라 하니 지음, 황소자리 펴냄<br>멜라민 사태등 中 제품의 공포… 오염·노동착취등 부작용 고발



공업용 화학물질인 멜라민이 중국산 과자와 식품 등에 포함된 사실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먹거리에 대한 불안과 공포가 전 세계를 뒤덮고 있다. 한 나라에서 터진 게 아니라 세계적으로 그리고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고 있다는 데서 사태의 심각성을 읽을 수 있다. 사건의 밑바닥에는 ‘중국 상품의 값싼 가격(China Price)’이 원인으로 자리하고 있다. 세계를 뒤덮은 중국산 식재료에 대한 공포의 전조는 여러 곳에서 나타났다. 2007년 초 미국에서는 멜라민이 들어간 중국산 사료를 먹은 애완동물들이 잇따라 죽었으며, 같은 해 파나마에서는 유독성 화학물질 디에틸렌글리콜이 들어간 중국산 감기약을 먹고 100명이 넘는 사람이 사망하는 사건이 그 사례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 중국 특파원인 저자는 원가를 낮추기 위해 공장을 이주해 온 다국적 기업들의 경영전략에 중국의 값싼 노동력과 ‘팔지 못할 것은 없다’는 중국 특유의 전통 상술이 맞물려 벌어진 일이라고 말한다. 1990년 이후 중국이 저렴한 원자재와 노동력을 앞세워 ‘세계의 공장’으로 가치를 발휘하면서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가 집중된 때부터 차이나 프라이스의 부작용은 예고됐다. 유엔 개발회의의 통계를 인용해 그는 2005년 중국에 투자된 외국인 직접투자 금액이 720억 달러로 15년 전보다 20배 이상 엄청나게 늘어난 투자 규모를 증거로 제시했다. ‘차이나 프라이스’가 등장하기 오래 전에는 ‘재팬 프라이스’가 있었고, ‘홍콩 프라이스’, ‘타이완 프라이스’, ‘멕시코 프라이스’ 등이 있었다. 그러나 한 국가에 의해 신발ㆍ의류ㆍ장난감 등 소비재부터 컴퓨터 모니터, MP3 플레이어 등 하이테크 상품까지 광범위한 제품군의 가격이 단기간에 떨어진 예는 지금까지 없었다. 저자는 이를 두고 제 2의 산업혁명을 보는 듯하다고 말한다. 차이나 프라이스 덕분에 미국가정은 연간 지출을 500달러가량 절약하는 효과를 냈지만, 반대로 미ㆍ중 간 무역적자의 간극은 벌어지고, 2001년 이후 미국내 180만개의 일자리 기회가 사라졌다고 워싱턴 D.C.에 본부를 둔 ‘경제정책연구소(Economic Policy Institute)’는 추정하고 있다. 저자는 월마트의 국제본부, IBM의 최고구매담당자(CPO)가 있는 그리고 일본ㆍ영국ㆍ아일랜드ㆍ프랑스 등 중국에 공장을 지으려고 온 기업가들로 가득한 광둥성을 차이나 프라이스의 진앙지로 보고 이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에 대해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중국인들의 1/3은 오염된 공기와 물을 마시고 있으며, 노사갈등이 급속도로 늘고, 인건비가 급등하는 등 차이나 프라이스로 인한 중국의 어두운 면을 들춰냈다. 이 때문에 책은 중국에서 판매 금지를 당했다. 저자는 중국 내부의 문제에만 집중하지 않는다. 노동착취, 폐수 방류 등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에서 벌이는 치밀한 범죄를 고발하는 한편, 차이나 프라이스로 이윤을 챙기는 중국의 소수 부자들과 부패한 공무원을 비판한다. 차이나 프라이스로 인해 전 세계가 지불해야 할 대가는 더 커진다는 점에서 저자는 사태의 심각성을 강조하며 더 늦기 전에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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