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면담은 중대국면을 맞고있는 6자 회담 재개 등 북핵 문제와 남북관계에 새로운 계기 마련이라는 점에서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조심스럽긴 하지만 이번 면담은 북한의 자세변화의 가능성을 읽게 해주기 때문이다.
정부는 방북 전은 물론이고 방북기간 중에도 김 위원장 면담을 적극 추진해왔다. 북핵 문제 등 현안 해결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북한의 최고책임자인 김 위원장에게 한ㆍ미 정상회담 결과와 양국의 입장을 설명하고 북측을 설득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북한은 면담에 소극적이었다. 그런 북한이 막판에 입장을 바꾼 것은 우리측의 면담목적을 어느 정도 수용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일단 문제를 풀어나갈 실마리를 찾지 않았느냐는 기대감을 갖게 해주는 것이다.
정 장관은 면담에서 북핵 문제의 평화적ㆍ외교적 해결이 한ㆍ미 양국 정부의 입장임을 전달하고 이를 통해 북한이 얻게 될 이득 등을 자세히 설명하며 북한의 6자 회담 복귀를 설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핵 포기시 체제안전을 보장하고 북ㆍ미 관계의 정상화를 추진하기로 한 한ㆍ미 정상회담 합의내용을 다시 강조하고 우리측의 경제지원 방안 등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설명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 남북 정상회담 개최 등 6ㆍ15선언에서 합의해놓고도 불발된 사항 등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이번 면담은 앞으로 6자 회담 등에서 우리가 좀더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남북관계에서도 실질적 진전의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
또 북측에도 한ㆍ미 정상회담 등 최근의 상황변화에 따른 입장 정리의 계기가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면담으로 남북 양측 및 미국의 입장 등을 어느 정도 파악하게 된 만큼 문제해결을 위한 실질적인 조치가 이어져야 할 것이다. 특히 북한의 적극적인 자세변화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