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당정청 부동산정책회의’에서 거론됐던 재건축 규제 관련 정책들이 하나 둘 그 모습을 드러내면서 부동산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고 있다. 이강래 열린우리당 부동산기획단장은 3일 오전 라디오 프로그램에 잇달아 출연해 근본적인 재건축제도 재검토 방침과 관련, “강남 지역 재건축 아파트가 불안한 것이 사실인 만큼 개발부담금제 도입은 거의 확정적”이라며 “다만 개발부담금은 투기과열지구에 한정돼 적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기존 20년 이상으로 돼 있는 재건축 연한을 늘리는 방안과 건축물의 안전진단을 강화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해 재건축 절차를 까다롭게 만들 뜻임을 내비쳤다. 재건축 승인권한을 중앙정부로 환수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직접 환수가 아닌 합법적인 통제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혀 ‘총량규제제도’ 도입이 확실시된다. 한편 서울시는 “부동산시장 안정에 적극 협조하겠다”면서도 “지방정부 등과도 협의해 대책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혀 정책과정에서 분명한 목소리를 낼 것임을 강조했다. ◇당분간 재건축은 없다=정부가 재건축 가능 연한을 준공 후 20년에서 30년 이상으로 늘리면 현재 강남권에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대부분 저층 및 중층 단지들은 짧게는 2~3년에서 길게는 6~7년간 사업 자체가 중단될 수밖에 없다. 강남구 마지막 저층 재건축 아파트로 꼽히는 개포동 일대 아파트들의 경우 지난 82~83년에 지어져 23~24년 정도 됐지만 사업가능 연한이 30년 이상으로 바뀌면 앞으로 6~7년을 더 기다려야 법적으로 재건축이 가능하게 된다. 고덕주공ㆍ가락시영 등 강동ㆍ송파구 일대 저층 단지들도 개포동 아파트와 준공시기가 비슷해 사정은 마찬가지다. 중층 재건축 단지 중 대표적인 곳으로 꼽히는 강남구 대치동 은마,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 역시 2년 동안은 다시 재건축사업 추진 자체를 중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재건축 아파트 값 떨어질까=‘당분간 가격 보합이나 하락은 불가피하지만 중ㆍ장기적으로는 큰 영향이 없다’는 게 대부분 전문가들의 평가다. 재건축 연한을 강화하고 안전진단을 까다롭게 만들어 규제하는 것은 재건축 시기를 수년 늦출 수 있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일선 시장에서는 정부 여당이 추진 중인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개발이익부담금 부과와 임대아파트 의무건립비율 확대 여부 등에는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당장 재건축사업의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직접적인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발이익부담금제는 용적률을 가격으로 환산해 100% 환수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일정 비율만큼만 부과한다면 귀한 물건(?)인 재건축 아파트의 경우 부담금만큼 가격이 올라 거래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재건축의 개발이익을 일정 부분 환수하는 것은 큰 틀에서 바람직하다”며 “하지만 갖가지 규제로 재건축 자체를 어렵게 해서 공급을 줄인다면 장기적으로 수급불균형에 따라 집값을 상승시킬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