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조삼모사 증권수수료 인하

최형욱 기자<증권부>

[기자의 눈] 조삼모사 증권수수료 인하 최형욱 기자 choihuk@sed.co.kr "증권인들을 원숭이 취급하는 거네요. 그런 식으로 눈 가리고 아웅한다고 '동북아 금융허브' 달성이 가능한 건가요." 정부와 증권선물거래소의 증권수수료 인하 방침에 대해 물었을 때였다. 예상과는 달리 한 증권사 관계자의 반응은 냉소에 가까웠다. "매년 연말이면 증권 유관기관들이 2~3개월치 수수료를 면제해주고 있지 않습니까. 처음부터 수수료를 20~30% 깎아주나 나중에 받지 않는 거나 뭐가 다른가요." 한마디로 조삼모사라는 얘기였다. 실제로 옛 증권거래소 등 증권 유관기관들은 지난 2000년부터 이후 지난해까지 매년 9, 10월쯤 되면 증권 수수료를 일시적으로 걷지 않겠다고 선언해왔다. 증시가 활황기건 침체기건 마찬가지였다. 처음부터 필요한 예산보다 더 많은 수수료를 책정한 셈이다. 더구나 부담이 큰 증권거래 관련 세금은 낮추지 않고 생색만 내려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주식 매도 때 발생하는 거래세(거래대금의 0.15%), 농특세(0.15%) 등을 다른 나라 수준으로 인하하지 않으면 실질적인 혜택이 없다는 것. 정부는 현재 거래소 수수료(0.0065%), 증권예탁원 수수료(0.0032%), 협회비(0.0012%)만 소폭 낮추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 관계자는 말을 이어가다 분통이 터지는지 한마디 덧붙였다. "최근 증시가 좋다지만 일선 증권사들은 죽을 맛입니다. 개인투자자들이 떠나는 탓에 수수료 수입은 줄고 있고 투자은행(IB) 등 돈이 될 만한 곳은 외국계가 장악하고 있거든요. 증권 유관기관들이 고객과 증권사들 수수료 수입으로 운영되고 있다면 고압적인 태도라도 버리고 서비스 기관으로 거듭나야 하는 것 아닌가요." 이처럼 거래소 등 증권 유관기관에 대한 업계의 반응은 차갑기 그지 없다. 외국 상장사 유치 등도 급선무지만 국내 증권사의 신뢰를 잃으면 동북아 금융허브 구상도 공염불에 불과하다. 정부나 증권거래소가 생색내기나 구호성이 아니라 업계의 피부에 와 닿는 실질적인 정책들을 내놓기를 기대한다. 입력시간 : 2005/06/29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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