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테마주 제대로 바라보기

최근 만난 코스닥 상장업체 직원으로부터 황당한 얘기를 들었다. 간략하게 정리하면 이렇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회사가 대선 테마주로 분류됐다. 이 때문인지 관련 후보 지지율이 발표될 때마다 회사 주가가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우리는 왜 우리 회사가 대선 테마주가 됐는지 모른다.” 이 회사가 대선 테마주로 ‘대접’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과관계는 의외로 단순했다. 범여권 경선 주자 중 남북교류에 큰 관심을 두는 A후보가 경선에서 연속 1위를 차지한 것과 관련 있다. A후보가 경선에서 수위를 이어가자 시장에 남북교류 ‘기대감’이 커졌고 이에 따라 철도 및 도로 등 북한 내 인프라가 확충될 것이란 ‘기대감’도 확대됐다. 결국 철도 제어시스템을 개발ㆍ생산하는 이 업체가 수혜를 입는다는 논리다. 언뜻 보면 그럴싸해 보이지만 이 논리는 어딘지 모르게 연결고리가 허술하다. 현재 A후보의 지지율이 가장 높다고 해도 경선레이스는 이제 막 시작 단계일 뿐이고 대선후보로 선출되더라도 대통령으로 최종 당선될지 역시 미지수다. 한번 더 양보해서 그가 대통령이 됐다고 치자. 하지만 북한 지역에 철도를 부설하기 위해서는 거쳐야 할 과정과 처리해야 할 사안이 산적해 있다. 이렇게 상황이 불확실한데도 주가가 춤을 추는 건 무엇 때문일까. 순전히 기대감이 발동한 탓이다. 현재 주식시장에는 이렇듯 기대감에 따라 주가가 널을 뛰는 테마주가 널려 있다. 자원개발주ㆍ경선테마주ㆍ재벌테마주 등 순간적인 화제에 연동된 테마주는 물론이고 ‘이명박주’ ‘손학규주’ ‘이해찬주’ ‘가수 비 테마주’ 등 이슈를 몰고 다니는 인물과 관계된 테마주도 등장했다. 이쯤 되면 명절을 앞두고 ‘제사상테마주’가 등장해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을 정도다. 이 테마주들은 앞에 붙는 수식어만 다를 뿐 속내는 같다. 실질적으로 기업 주가의 판단 기준이 되는 재무구조나 실적 등과는 전혀 무관하다. 대신 그 자리를 신기루 같은 기대감이 채우고 있다. 바람직한 투자자라면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주식투자에서 실망은 곧 손실을 의미하는 바 손실은 투자자가 가장 듣기 싫은 말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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