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전자업체 '블랙박스 전략' 바람

"특허보다 기술지배력 높이는 게 낫다" 삼성SDI·LG화학등 잇따라

전자업체들이 신기술에 대해 특허조차 출원하지 않는 ‘블랙박스 전략’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최근 기존 브라운관보다 두께가 15㎝나 얇아진 32인치 디지털TV(DTV)용 초슬림 브라운관 ‘빅슬림(Vixlim)’을 개발하면서 핵심 기술 일부에 대해 블랙박스 전략을 적용키로 했다. 특허 출원으로 인한 로열티 수입보다는 독보적 기술력으로 세계 DTV 시장을 장악하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삼성전기도 최대 수익사업 부문으로 휴대전화 등의 내부에 사용되는 MLCC(적층세라믹콘덴서)를 만드는 과정 중 세라믹 파우더와 액체 용제를 섞어 슬러리(현탁액)를 만드는 배치(Batch) 공정에서 용제의 종류와 섞는 비율이 제품의 성능을 가늠하는 핵심기술인 만큼 이 부분에 대해 아예 특허를 출원하지 않았다. 또 도자기를 높은 온도의 가마에서 굽듯 화로에 제품을 집어 넣어 세라믹을 단단하게 하는 MLCC 소성 공정에서도 굽는 온도와 들어가는 기체의 양에 따라 제품의 품질이 천차만별인 만큼 기체의 종류와 양 그리고 기체를 넣는 시점 등에 대해 일절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있다. LG화학내 정보ㆍ전자소재 관련 사업부문에서도 일부 핵심 기술에 대해서는 특허를 내는 것 자체가 기술을 공개하는 것과 같다는 판단 아래 아예 특허를 출원하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핵심기술에 대해 아예 외부에 공개하지 않음으로써 기술 지배력을 높이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낫다는 생각을 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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