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경제 수장이 흔들린다

정책 잇단 좌절 "리더십 부족" 논란에 교체설까지<br>"경제 어려운데…중심 잡도록 힘 실어줘야" 목소리


경제 수장인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취임 이후 의욕적으로 추진해왔던 정책들이 정치권 등의 입김에 휘둘려 연이어 좌절되더니 리더십 부재 논란까지 비등해지고 있는 탓이다. 여기에 연말ㆍ연초 개각을 앞두고 교체설(設)까지 대두되고 있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28일 “연말에 속도를 내 해결해야 할 핵심 대책들이 산적해 있는데 부총리의 리더십 논란이 불거져나와 걱정”이라며 곤혹스러움을 나타냈다. 앞서 김석동 재경부 차관보도 지난 25일 선진화 포럼에 참석, “과거 재경원이 하던 업무가 5개 부처에 나뉘어 있다 보니 일관성 있고 강력한 정책 집행이 어렵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이런 상황은 각 부처 고위간부들의 ‘돌출성 발언’에서도 속속 발견되고 있다. 쌀 농가 구조조정을 둘러싼 박병원 재경부 차관과 박홍수 농림부 장관과의 이견 노출, 스크린쿼터와 관련해 재경부 입장을 뒤엎는 정동채 문화관광부 장관의 발언 등 조율되지 않은 발언들이 잇따라 쏟아져나오고 있는 것이다. 스크린쿼터는 차관 발언을 장관이 해명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일부 경제부처 장관은 부총리의 영역을 침범하는 발언을 자주 꺼내 주변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하기도 했다. 정책의 톱니바퀴가 잘 맞지 않는 일도 빈번하다. 제주도 영리병원(재경-복지)과 수도권 테마파크 조성(재경-환경-건교), 보육료 논란(재경-여성) 등 각종 정책들이 부처간 이해다툼에 휘말려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최근 선진화 포럼에서 원로들이 “사공이 너무 많다”며 “부총리로 일원화해 조율기능에 힘을 실어줄 필요가 있다”고 나선 것도 상황이 한계에 이르렀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한 정부 인사는 “주요 인선작업에서 경제 수장의 입장이 청와대 측에 의해 배제되면서 부총리가 더욱 코너에 몰리고 있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부총리 흔들기’가 계속되면서 ‘차기 개각 때 교체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까지 점점 비중을 더해가는 모습이다. 이헌재 전 부총리의 대타(代打)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했기 때문에 좀더 강력한 힘을 지닌 인사가 집권 후반기를 보좌해야 한다는 것. 물론 상당수 여론은 아직 부총리의 교체에 부정적인 입장이 우세하다. 취임 10개월도 채 되지 않은데다 경기도 회복기조에 들어서는 등 대과(大過) 없이 업무를 챙겨왔기 때문에 교체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민간연구소의 한 선임 연구위원은 “리더십 논란에는 부총리 스스로의 책임도 있지만 청와대와 정치권 등 주변에 더욱 문제가 있다”며 “경제 상황이 중요한 고비에 있는 만큼 부총리가 중심을 잡도록 힘을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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