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분식회계, 피하기 힘든 유혹

[기자의 눈] 분식회계, 피하기 힘든 유혹 이상훈 기자 shlee@sed.co.kr 두산그룹과 터보테크.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지만 요즘 돌아가고 있는 형국을 보면 비슷한 구석이 적지 않다. 두산그룹은 현재 2,797억원의 분식회계와 비자금으로 총수 일가의 유상증자 이자를 대납한 혐의 등을 검찰에 추궁받고 있다. 유감스럽게 터보테크도 장흥순 전 회장이 유상증자와 연계된 700억원의 분식회계를 고백했다. 유사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이번 사태로 박용오 전 두산그룹 회장이 전국경제인연합회와 관련한 모든 직책에서 손을 뗀 것을 비롯해 총수 일가가 누란의 위기에 처했고 장 전 회장 역시 대표이사 직함은 물론 5년간 맡았던 벤처기업협회장 자리에서도 불명예 퇴진했다. 치부가 드러난 동기도 우연한 계기를 통해서였다. 두산은 ‘가족간의 분쟁’에서 촉발된 폭로전이 발단이었고 터보테크는 금융감독원이 금융권의 CD 금융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일제점검을 벌이는 와중에 혐의가 포착됐다. 뜬금없이 연간 매출이 600억원 수준인 터보테크를 계열사만 19개(반기보고서 기준)를 거느린 두산그룹에 빗대는 모양새가 우스울 수 있다. 그럼에도 굳이 비교한 것은 문제의 핵심이 ‘크기’가 아닌 ‘내용’인 탓이다. 덩치가 크든 작든 죄를 지었다면 죄값은 같은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 터보테크의 채권단이 얼마 전 터보테크 측이 제시한 자체 회생 방안을 일단 받아들이기로 했다. 어떻게든 회사를 살리는 길이 채권을 회수하는 지름길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쯤 되니 궁금한 것은 장 전 회장의 거취다. 지금 금감원의 조사가 진행 중이라 뭐라 말하기는 힘들지만 조만간 검찰 수사가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시중에서는 “고백성사한 장 전 회장의 책임은 어떻게 되고 있느냐며 조사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여론의 관심이 온통 두산 등 대기업으로만 향해 있다. 터보테크와 장 전 회장의 처리 방향은 일단의 소액주주와 채권단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번 사건은 분식회계라는 피하기 어려운 ‘유혹’에 흔들리고 있는 숱한 중소ㆍ벤처기업들에 다시금 주의를 환기시키는 계기가 돼야 한다. 입력시간 : 2005/10/21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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