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도 `오페라 대중화`의 뿌리가 내려질 수 있을까.
그 한 가늠대가 될 야외 오페라 `아이다`(9월18ㆍ20일 잠실 올림픽 경기장) 공연을 앞두고 세계적인 야외 오페라 축제가 열리고 있는 이탈리아 베로나의 아레나(Arena di Verona)극장을 찾았다.
◇수익 창출에 성공한 유럽 오페라=이탈리아 북부에 위치한 소도시 베로나는 셰익스피어 고전의 여주인공 줄리엣의 집으로 기억된다. 또한 로마시대 지어진 야외 원형 경기장에서 매년 7~8월 열리는 야외 오페라 축제가 유명하다. 1913년 시작된 이 페스티벌은 별다른 오페라의 향기를 간직하지 않은 이 도시를 막대한 이익이 창출되는 관광지로 바꾸어 놓았다. `고대 로마시대 원형 경기장에서 야외 오페라를 감상할 수 있다`는 발상 전환 하나로 톡톡한 수익을 남기고 있는 것. 인구 25만명의 이 작은 도시로 몰려드는 한 해 방문객 수는 국내 한해 총 관광객 수(535만명ㆍ2002년 기준)를 사뿐히 뛰어넘는 550만명 규모다.
특색 있는 오페라 축제의 활황과는 달리 서양의 오페라 산업 자체는 뚜렷한 사양세다. 이탈리아 4대 극장 중 하나인 파르마 왕립극장이 국내 기획사 CnA코리아와 손잡고 오페라 `아이다` 제작에 적극 나선 것도 수익 다각화에 고심하는 유럽 오페라계의 현실을 상징한다. 보수적이기로 소문난 런던 로열오페라단이 예술의전당과 함께 해마다 한 작품씩 서울 공연을 하기로 한 점도 이에서 멀지 않다.
파르마 왕립 오페라단을 품고 있는 파르마 시 역시 지난 2001년 이래 국제적 규모의 베르디 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있는 상태. 인근 교외인 부세토시(베르디의 고향) 역시 비슷한 시기에 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있어 베로나까지 포함한다면 인근 3개 도시가 모두 `오페라 세일`에 뛰어들었다. 엘비오 우발디 파르마 시장도 “(서울 공연은) 오랜 전통을 지닌 파르마 극장으로서도 처음 시도하는 도전”이라며 “향후 양국간의 교류를 더욱 적극 희망한다”고 반색하고 있다.
◇한국형 오페라의 가능성은= 국내에서 오페라는 오랜 세월 동안 `음악인들의 잔치`쯤으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장이모 버전의 `투란도트`공연을 필두로 한 2003년의 `오페라 부흥`은 대중이 오페라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음을 눈치챌 수 있다. `오페라의 유령`을 필두로 시작된 뮤지컬의 대중화 시점과도 흡사하다는 분석도 있다. 사양세에 접어든 서양 오페라 컨텐츠의 활용이 국내 `대중의 눈`을 틔우는데 적절히 기여할 것임은 일단 분명해 보인다. 사실 클래식 공연 중에서 오페라 장르 만큼 높은 대중성을 지닌 장르도 없다. 늘 문제였던 막대한 제작비가 `프로젝트 파이낸싱` 형 자금의 유입으로 새로운 양상을 띄게 된 것이다.
9월 오페라 아이다를 무대에 올릴 배경환 대표는 차기 공연은 세계 각지에서 투자자를 모아 진행한다는 계획 하에 부심 중이다. 올해 `투란도트`를 공연한 장현준 한강오페라단 단장도 내년 대형 오페라 `카르멘` 제작을 목표로 작업에 들어간 상태. 캐릭터 상품권까지 철저하게 독점하는 외국 뮤지컬 판권사와는 달리 굴지의 오페라 극장들은 상업성과 약간 거리를 두고 있는 점도 우리에겐 호재다. 이번 `아이다` 공연 역시 파르마 오페라단 스탭이 전부 내한하고 극장 측이 연출자, 무대 디자이너, 주역 가수까지 섭외하는 `파르마산`이지만 우리 측이 무대 소품업체(란카티), 의상업체(C.T.C)등과 직접 접촉하며 향후 교두보를 쌓아가는 열린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베로나ㆍ파르마(이탈리아)=김희원기자 heew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