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책과세상] "정치화된 돈…대안화폐 만들어야"

■ 화폐의 종말 / 토머스 H. 그레코 Jr. 지음, AK 펴냄


물이나 공기, 음식처럼 살아가는 데 필수 불가결한 요소 중의 하나가 된 돈. 이 돈이 사회와 정치, 나아가 정의까지 해치는 원흉이므로 돈에게 '사형'을 선고해야만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는 주장이 나왔다. '화폐의 종말'은 10여 년간 대학에서 금융 및 통계학을 가르쳤던 저자 토머스 H. 그레코 Jr.가 문명의 생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화폐와 은행, 금융의 근본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며 그 이유를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책이다. 저자는 권력이 돼버린 '정치화된 화폐'의 권위를 빼앗고 대안적 교환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책은 돈이 지금처럼 비도덕적이고 정치적인 수단으로 자리잡게 된 계기로 300년 전 세계 중앙 은행 제도의 원형인 잉글랜드 은행의 탄생으로 거슬러올라간다. 영국의 윌리엄 3세가 전쟁에 드는 자금을 조달받기 위해 개인에게 돈을 빌리는 대신 은행권 발행 등 장기적인 특권을 부여했다. 그 결과 정부는 세수의 한계에 묶이지 않고 돈을 쓸 수 있게 됐고 은행가들은 신용화폐를 발행할 권리를 갖고 거기에 이자를 붙여 빌려줄 수 있게 됐다. 이렇게 정부와 중앙은행의 결탁은 거의 모든 국가에 퍼져 은행 카르텔은 부채로 통화를 창출해 거기에 이자를 매기는 특권을 누리고 중앙정부는 제한된 세수나 국민의 뜻과 상관없이 원하는 만큼 돈을 가져다 쓸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저자는 '돈'과 '정치'의 결탁이 현재 벌어지는 화폐의 가장 큰 문제라고 말한다. 중앙은행이 누구에게 셈을 치르게 하고 누구에게 고통을 떠넘길지 정하기 때문에 화폐의 불평등한 배분이 이뤄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책은 국가와 화폐를 결별시켜야 문제가 해결된다고 말한다. 신용 권력은 분산돼야 하고 모든 통화는 시장에서 평가받으며 가치가 결정돼야 한다는 것. 인플레이션은 화폐 발행권이 독점되고 강제 유통되는 상황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인 만큼 화폐 발행 독점을 없애고 법정 화폐를 폐지하면 인플레이션 문제를 풀 수 있다는 논리다. 정부는 사적인 대안 화폐를 허용해 자유시장의 평가에 내맡기고 발행자를 제외한 누구에게나 그런 화폐를 거절할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화폐의'교환수단', '가치 저장', '가치 척도'라는 3가지 기능을 분리해 화폐는 상품과 서비스의 교환을 촉진하는 용도로만 사용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돈이 단순한 정보 시스템일 뿐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 다양한 경쟁 지불 수단이 출현할 것이라는 것. 그 예로 최근 인터넷을 기반으로 등장한 개인간 대출 중개 사이트를 든다. 영국의 조파닷컴(zopa.com), 미국의 프로스퍼닷컴(prosper.com)등 온라인 시스템은 관계된 사람들이 저마다 가장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접점에서 만날 수 있도록 연결시켜준다. 책은 돈의 본질과 화폐의 기능, 역사 등을 살펴본 전반부와 대안화폐와 새로운 시스템을 제안하는 후반부로 나누어 기존 화폐의 종말과 새로운 화폐의 탄생 및 가야 할 방향을 자세하게 설명한다. 2만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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