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라이프

[한중일 바둑 영웅전] 능동적으로 나오다

제1보(1∼15)



휴식 없이 제2국이 바로 이튿날 속개되었다. 전날과 똑같은 장소인 한국기원 1층의 바둑TV 스튜디오. 타이트한 일정은 아무래도 창하오에게 불리할 것이다. 그의 나이 34세. 아직 한창때라고는 해도 제1국을 패한 내상이 치료되기도 전에 다시 같은 상대와 겨룬다는 것은 부담이 클 것이다. 상대인 이세돌은 27세. 게다가 복직 후에 22연승 무패의 마왕 같은 기세를 떨치고 있다. 오늘은 창하오의 흑번. 그는 밤 사이에 포석 구상을 했는지 서반에 거의 시간을 쓰지 않았다. 노타임으로 흑7에 굳히고 기다린다. 도리어 이세돌이 시간을 많이 쓰고 있다. 8분을 생각하고 백8로 걸치자 창하오는 노타임으로 흑9에 협공했다. 어제의 대국과 거의 같은 진행이다. 우하귀가 어제는 날일자굳힘이었는데 오늘은 눈목자굳힘이라는 것이 다를 뿐이다. 어쩌면 어제 등장했던 참고도1이 그대로 펼쳐질 수도 있다. "어쨌든 백10의 양걸침까지는 필연으로 봐야 할 겁니다."(이희성8단) 이희성이 오늘 타이젬의 생중계 해설을 맡았다. 82년생인 이희성은 골상이 아주 반듯하다. 행정가가 어울릴 것 같은데 기풍은 끈질기기 짝이 없다. 장고파로도 소문이 났다. 백10으로 우상귀의 삼삼에 뛰어드는 것은 흑의 주문에 빠지는 길. 또한 백10으로 참고도2의 백1에 낮게 두는 것은 흑2 이하 흑8까지로 역시 흑의 만족이다. 정석이라고는 하지만 흑의 두터움이 백의 실리를 압도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조훈현9단은 그가 백으로 두는 경우에 흑에게 이 형태를 절대로 허용하지 않는다. 흑15로 훌쩍 손을 돌린 것이 창하오가 모처럼 능동적으로 시도한 새 취향이었다. 원래는 백8의 한 점을 확실하게 잡아두는 데까지가 정석인데 그곳을 손빼다니. 움직일테면 움직이라는 배짱인데 과연 백이 그곳을 당장 움직일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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