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형 금융사고는 전자화폐서비스 등 새로운 금융거래 수단들이 얼마나 쉽게 범죄에 악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특히 6개 시중은행에서 동시에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이번 사고로 그 동안 휴대전화의 전자결제서비스를 이용해 금융업 진출을 모색해왔던 이동통신사들의 시장확대 전략도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교묘한 범행수법=
이동통신사의 자체조사 결과 이번 사고는 인터넷뱅킹처럼 송금과 계좌이체 가 되면서도 아직 상대적으로 규제가 적은 전자화폐서비스의 맹점을 이용한 것이다.
특히 범인들은 심지어 하루에 20차례나 은행들의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서비스 신청과 해지를 반복했다. 전자화폐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하루 계좌이 체를 통한 송금 가능금액이 50만원에 불과하지만 해지한 뒤 신규신청을 하 면 또다시 50만원을 송금할 수 있다는 점을 이용했다.
◇은행전산망 뚫렸나=
이번 사고가 심각한 이유는 한 곳도 아닌 무려 6개 은행의 개인정보가 빠져나갔다는 것이다. 은행 내부 직원들이 공모했을 수도 있지만 이를 성공시키려면 6개 은행 직원들이 모두 범행을 모의했어야 해 가능성이 낮다는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의 경우 은행 수가 6개로 많다는 점과 피해자 수가적다는 점 때문에 해킹 가능성을 들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어 떤 방식인지는 모르겠지만 은행 전산망을 통해 개인고객들의 정보를 빼냈을 가능성이 크다”며 “일부분이라도 은행 전산망을 해킹했다면 엄청난 문제”라고 말했다.
◇이통사 금융업 진출 타격=
범행에 이용된 네모서비스는 SK텔레콤이 사실상 금융업 진출을 염두에 두고 내놓은 서비스다. 그 동안 이동통신업계에서는 전자금융거래법을 통해이통사가 지급결제업무를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왔다.
그러나 이번 금융사고로 인해 금융감독 당국에서 이통사들의 금융업 진출에 대한 규제를 더욱 강화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동안 카드사 인수 의사를 밝히는 등 금융업 진출에 적극적이었던 SK텔레콤의 경우 이번 사고로 금융업 진출이 더욱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감독당국의 한 관계자는 “한국은행이 각 이통사의 전자결제시스템을 관리 하고 있지만 사실상 효과적인 감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이번 사고 를 계기로 전자화폐 등 새로운 결제시스템을 감시하기 위한 제도 입법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SK텔레콤의 한 관계자는 “범인들이 네모(NEMOㆍNetwork Money) 서비 스 가입자의 이름ㆍ주민등록번호ㆍ비밀번호ㆍ계좌번호를 알고 있는 상황에 서 계좌이체를 할 경우 본인이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다”며 “이번 사고가 SK텔레콤측의 책임은 아니지만 서비스 가입자들을 보호한다는 도의적인 측 면에서 피해금액 전액을 돌려줬다”고 말했다.조의준기자 joyjun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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