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를 찾아라" 사활 걸었다<br>중국·인도, 고성장 지속위해 러와 자원동맹 맺어<br>美, 원유 비축량 확대·바이오 연료 확보 나서<br>유럽은 원자력·태양광등 대체에너지 발굴 박차
| 러시아의 핵추진 탐사선이 북극해를 항해 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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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자원패권시대] 자원확보가 국력
"에너지를 찾아라" 사활 걸었다중국·인도, 고성장 지속위해 러와 자원동맹 맺어美, 원유 비축량 확대·바이오 연료 확보 나서유럽은 원자력·태양광등 대체에너지 발굴 박차
최수문 기자 chsm@sed.co.kr
러시아의 핵추진 탐사선이 북극해를 항해 중이다.
전세계에 자원전쟁이 확대되고 있다. 1ㆍ2차 세계대전이 선진 자본주의의 팽창 과정에서 발생했다면 지금의 세계대전은 신흥 자본국의 고도성장에 따른 자원 수요 확대와 공급 부족에서 연유한다. 석유와 광물 등 자원을 보유한 나라는 부자가 되지만 이를 갖지 못한 나라는 자원을 구하기 위해 지구촌 구석구석을 누빌 수밖에 없다. 에너지가 총칼보다 무서운 무기가 되면서 바야흐로 세계는 자원패권시대로 돌입하고 있다.
요즘 각국 정상들이 앞다퉈 모스크바를 방문하고 있다. 에너지 강대국인 러시아에 줄을 대기 위해서다. 지난 5일에는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11일에는 만모한 싱 인도 총리가 모스크바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났다.
이들 정상이 군사와 정치ㆍ경제 등 광범위한 논의를 했지만 핵심은 역시 에너지 공급 문제였다는 것이 외신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브릭스(BRICs)의 핵심 국가로서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과 인도에 러시아의 원유와 천연가스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중국ㆍ인도의 최대 무역국은 미국이고 또 국제정치에서도 미국의 눈치를 봐야 하지만 에너지 문제에서는 다르다. 중국이나 인도가 경제발전을 지속하고 지역적인 패권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에너지 문제를 풀어야 하고 이는 곧 에너지 확보경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중국과 러시아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그동안 공급가격 문제로 난항을 겪어오던 동시베리아 송유관의 중국 지선 건설계획과 시베리아에서 중국 쪽으로 두개의 가스관을 건설하는 프로젝트와 관련한 협상도 진전을 본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으로서는 충분한 에너지원을 확보하는 가운데 러시아는 안정적인 시장을 갖게 된 셈이다. "러시아와 중국의 협력은 양국 발전을 위한 핵심 요소"라는 푸틴 대통령의 말 속에 양국 관계의 모든 것이 포함돼 있다고 볼 수 있다.
최근 잇따라 나오는 미국-일본-호주의 '해양 3각 동맹'과 러시아-중국-인도의 '대륙 3각 동맹'의 핵심은 바로 에너지다. 연간 11%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중국은 이런 고성장을 지탱하기 위한 에너지 확보에 관한 한 거의 광적이다. 지난해 중국의 석유소비는 하루 평균 744만배럴로 전년 대비 6.7%나 급증했다. 자국 내 유전개발에 총력을 집중하고 있을 뿐 아니라 해외 거래에서도 미국으로부터 '불량배' 취급을 받은 베네수엘라, '양민학살'을 자행해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는 수단ㆍ미얀마 등 대상을 가리지 않는다. 에너지원 확보를 모든 논의의 중심에 두고 있는 것이다.
미국도 최대 유전지대인 중동의 지배권을 쥐기 위해 이라크전쟁까지 치렀으며 4,000여명의 전사자에도 불구하고 이라크에서 발을 빼지 않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을 비롯해 중앙아시아 지역에 군사기지를 두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도 카스피해 연안 등의 석유ㆍ천연가스 자원을 빼고는 이해할 수가 없다.
석유시장을 지배하고자 하는 미국은 배럴당 100달러에 육박하는 유가에도 불구하고 자국 내 비축량을 끊임없이 늘려나가고 있다. 미국은 2001년 9ㆍ11 테러 이후 유가가 급등하는 와중에도 지금까지 전략비축유를 1억배럴 이상 사들였다. 10월 말 현재 6억9,400만배럴인 전략비축유를 내년 말에는 7억2,300만배럴까지 늘릴 계획이다. 이는 하루 5만배럴 이상의 추가 수요가 발생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새뮤얼 보드먼 미국 에너지장관은 "전략비축유는 극한 위기상황에 미 외교정책의 핵심 수단"이라며 "현재의 비축계획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국익에 맞다"고 말했다.
에탄올 등 바이오 연료에 눈을 돌리는 것도 에너지 지배권을 갖기 위해서다. 미국이 지난해 생산한 바이오연료 에탄올은 모두 230억리터에 달했다. 미국에서 자동차 연료로 사용되는 양의 3%에 불과하다고 해도 그 파장은 작지않다. 원유매장량이 줄어들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세계시장에 대해 또 하나의 '스페어 카드'를 쥐게 됐기 때문이다. 미국은 세계 최대의 농산물 수출국이다. 따라서 농산물로 바이오연료를 만들 경우 파급력이 크다. 미국은 식량과 에너지 모두에서 세계 패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속셈이다.
유럽도 이 지역 최대 유전인 북해유전이 고갈되는 상황에서 다른 대안을 찾고 있다. 바로 원자력과 재생에너지다. 소비전력의 78%를 원자력발전에서 얻는 프랑스와 세계 최대의 태양광발전 국가인 독일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부터 러시아가 이웃한 동유럽의 우크라이나와 몇 차례의 에너지 공급가격 분쟁을 겪으면서 그때마다 유럽으로의 수송이 위협을 받았다. 러시아는 벨로루시와도 분쟁이 있었고 이는 러시아 에너지의 공급이 어느 때라도 중단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유럽 국가들에 심어줬다. 러시아의 에너지는 영국ㆍ노르웨이 등 일부 자체 산유국을 빼면 유럽국가 소비량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유럽은 러시아에 목을 매고 있는 상태다. 유럽국가들이 대체에너지 개발에 전력경주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는 이러한 지정학적 불안정 때문이다. 이와 함께 미국 영향력 아래에 있는 중동 석유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자는 생각도 갖고 있다.
북극으로… 우주로… 각국 새 에너지원 선점전 가열
●북극-러 ,120만㎢ 영유권 주장이어 美·加·덴마크도 영역표시 나서
●우주개발-핵융합 주원료 ‘헬륨3’ 확보위해 美·러이어 日·中도 달탐사 열올려
새로운 에너지원을 찾기 위한 각국의 노력은 지형과 기후를 가리지 않는다. 그동안 인간의 손길을 거부해왔던 북극과 남극은 물론 달나라 등 우주로까지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최근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곳은 북극이다. 지구온난화로 북극해 얼음이 녹기 시작하면서 지금까지는 최악의 기후조건으로 개발이 지연돼왔던 북극에 대한 욕심이 커지고 있다.
경쟁에 불을 붙인 것은 러시아. 러시아는 지난 8월 심해잠수정을 이용, 수심 4,000m가 넘는 북극해 해저를 처음으로 탐사하는 데 성공한 뒤 바닥에 러시아 국기를 꽂았다. 영유권 분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먼저 '말뚝'을 박아놓겠다는 의도다. 러시아의 탐사는 '로모노소프 해령(북극점까지 북극해를 가로지르는 해저 산맥)'이 자국의 시베리아 대륙과 연결돼 있다는 것을 증명, 러시아 영토를 북극해까지 연장하기 위한 것이다. 러시아가 영유권을 주장하는 로모노소프 해령 인근 해역의 면적은 120만㎢에 이른다. 한반도 면적의 6배다.
영토확장은 곧 자원확보와 연결된다. 북극해 해저에는 지구상에 남은 석유ㆍ천연가스 매장량의 25% 정도가 묻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탐사 책임자인 아트루르 칠린가로프 국가두마(하원) 부의장은 "북극은 우리 땅이고 우리의 존재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다른 국가들도 가만히 있지 않고 있다. 북극해에 인접한 캐나다와 덴마크 또한 로모노소프 해령 등 북극해에 대한 소유권을 각각 주장하고 이미 올초 대규모 탐사대를 보냈다. 미국도 알래스카를 시작으로 영역표시에 나섰다.
지구 반대편 남극에서도 영유권 분쟁이 시작됐다. 여기서 먼저 총대를 메고 나선 국가는 영국이다. 영국이 자국령 남극 지역 주변 100㎢에 달하는 남빙양 해저에 대해 영유권을 주장하는 서류를 내년 5월 이전에 유엔에 제출할 예정이다. 영국령 남극 지역은 포클랜드제도와 사우스조지아섬 주변지역, 비스케이만 주변을 포함한다.
여기에 대해서는 남극해에 인접해 있는 아르헨티나ㆍ칠레 등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남극에 기지를 세운 러시아ㆍ브라질ㆍ호주ㆍ프랑스ㆍ노르웨이 등도 영유권 주장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북극과 남극은 지난 1982년 유엔해양법과 1958년 남극조약 등을 통해 각각 특정 국가의 영유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한 국가가 영유권 확보라는 선례를 만들 경우 국가들 간의 영토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에너지 문제가 극지방에서 군사ㆍ정치적 충돌을 불러올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긍정적인 경쟁이라는 의미에서 바람직한 현상일 수 있지만 우주개발 경쟁도 만만치 않다. 과거 달 탐험 등 우주개발이 국가적ㆍ과학적 위신의 문제였다면 지금은 우주의 에너지 자원을 확보한다는 현실적인 문제로 귀결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우주과학 강국인 미국과 러시아ㆍ유럽 외에 최근 일본ㆍ중국ㆍ인도 등이 달 탐사 등에 열을 올리고 있다. '헬륨3' 등 에너지원으로 쓸 수 있는 희귀물질의 확보가 주된 목표가 되면서 우주개발이 실질적인 경제성장 및 생존과 직결되고 있는 셈이다. 헬륨3는 핵융합에 주 원료로 사용될 수 있는데 지구에는 거의 없는 반면 달에는 최소 500만톤 이상이 매장돼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입력시간 : 2007/11/21 1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