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국내 와인시장에서는 이탈리아 와인이 약진하고 중저가와 고가 와인이 인기를 끄는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와인 유통업체 와인나라가 올 상반기 와인시장 트렌드를 분석한 결과, 이 기간 전체 와인 수입규모가 경기침체와 높은 환율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나 급감한 가운데 이탈리아 와인이 크게 선전한 반면 그 동안 인기를 모았던 미국 와인은 힘이 빠지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2007년 미국 와인을 제치고 프랑스와 칠레에 이어 수입금액 기준 3위에 올라선 이탈리아 와인은 올 상반기에도 850만달러 어치가 수입돼 미국 와인(584만달러)과의 격차를 더욱 벌렸다. 수입량 기준도 이탈리아산은 1,433톤으로 미국산(1,436톤)을 거의 따라잡았다. 이에 따라 전체 와인 수입금액에서 이탈리아 와인이 차지하는 비중도 2007년 13.0%에서 2008년 14.5%, 올 상반기 15.6%로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이러한 현상은 프랑스와 미국, 칠레, 호주 등 신대륙 와인에서 벗어나 새로운 맛을 찾아 이탈리아 와이너리로 관심을 돌리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데다 특히 최근 20~30대 여성들 사이에 불고 있는 이탈리아 화이트 와인 '모스카토 다스티' 열풍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이탈리아 화이트 와인 올 상반기 수입량은 668톤으로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100톤 가량 늘었다. 이와 함께 칠레 와인은 '에스쿠도 로호', '몬테스 알파', '1865' 등 유명 와인이 판매 순위에서 건재함을 과시했고 프랑스 와인도 큰 변동 없이 인기를 이어갔다. 한편 관세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 와인 수입금액은 총 5,456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7% 감소했고 수입량은 1만825톤으로 26% 줄어들었다. 경기침체에 따른 중저가 와인의 강세 속에 와인 소비 양극화가 두드러진 것도 특징이다. 와인나라에서는 상반기 판매순위 베스트10 대부분이 5만원 미만의 중저가 와인으로 채워졌고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도 전체 매출 중 5만원 이하 와인의 비중이 각각 65%, 75%에 달했다. 반면 10만원 이상 고가 와인도 매출에 큰 변동이 없어 강남지역에 점포가 많은 현대백화점의 경우 10만원 이상 와인이 전체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했다. 박신애 와인나라 양평점 점장은 "불경기 영향과 젊은 고객층의 유입으로 실용적인 중저가 와인을 찾는 이들이 늘어나고 5만원 이상 중고가 와인 소비는 줄어드는 대신 10만원 이상 고가 와인 소비는 늘어나는 양극화가 뚜렷해졌다"고 설명했다. 유통매장별로는 대형마트에서는 2만원 이하의 저가 스위트 와인이, 전문점과 백화점에서는 레드 와인이 강세를 보였다. 이철형 와인나라 대표는 "상반기 와인 수입규모는 급감했지만 다양한 할인행사와 가격 인하 등에 힘입어 소매시장이 크게 줄어들지는 않았다"며 "소비심리가 살아나고 있어 올 하반기에는 와인시장이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